추억의 붕어찜
오랜만에 어린 시절 고향 영암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팔당댐 상류에 붕어찜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함께 가잔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니 4명까지만 갈 수 있다며 중앙보훈병원 앞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상일동에 사는 내가 친구들을 태우고 퇴촌 팔당호 ‘마지막 어부’가 운영하는 붕어찜 전문식당으로 갔다.
친구가 사전에 예약을 해두어서 곧바로 붕어찜이 식탁에 올라왔다. 낚시에서 33㎝ 이상 붕어를 낚으면 월척이라고 낙관을 하여 가보처럼 보관한다는데 정말 커다란 붕어였다. 이렇게 큰 붕어를 먹어볼 수 있다니!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었다. 몇몇 친구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야단법석이었다.붕어를 갖가지 양념을 넣고 끓여 말린 시래기와 가래떡의 구수한 냄새가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였다. 붕어가 워낙 커서 모두들 젓가락을 들고만 있었다. 이때 주인 아주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맛있게 드시라며 매우 친절을 베풀어주어서 고향 생각이 났다. 큰 붕어는 뼈가 강하고 드세므로 살만 잘 발라 먹어야 한다며 먹는 법을 설명해 주었다. 붕어를 뱃살과 알·뼈를 분리하여 각자의 접시에 나누어 주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맛있게 먹으라며 매우 친절하게 다정한 대화를 걸어와 정말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성미 급한 친구가 우선 소주 한잔 씩을 채워주며 “우리 함께 월척 먹고 양기 받아 청년처럼 살자!” 하는 바람에 모두들 박장대소하면서 건배를 외치며 완전히 잔을 비웠다. 이렇게 1순배, 2순배 하다가 소주도 1병, 2병 마시면서 오랜만에 옛 친구들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먹던 물천어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모정마을은 영암에서는 널리 알려진 들녘과 저수지 물이 넘쳐나고 농수로 개발이 잘되어 있어 홍수나 가뭄 피해가 거의 없는 천혜의 농촌마을이다. 월출산 계곡물이 사시사철 흘러내려 모이는 곳, 들녘 중앙에 자리 잡은 저수지는 항상 물이 가득 담겨 호수처럼 크고 아름다웠다. 농수로에는 쌀붕어, 메기, 피라미 등 물천어들의 어장이었다. 여름방학이면 소고삐를 잡고 뒷동산에 올라 풀을 뜯어 먹였다. 가끔은 그물을 던져 물천어를 한 바가지 건져 오면 어머니는 밤늦도록 일손에 묻혀 온몸이 망가져 끙끙 앓고 힘들어 하시면서도 솥뚜껑처럼 갈라지고 무디어진 손으로 붕어 배를 따고 시골 간장과 풋고추, 야채를 넣고 재워 두었다 다시 새벽녘에 일어나 두 번씩이나 푹 쪄서 뼈까지 녹아내린 고향의 물천어를 맛있게 먹게 해주시던 어머니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특별히 먹을 것이 없었던 옛날 그 시절 어머님이 끓여 주셨던 그 추억의 물천어 맛을 생각나게 한 팔당댐 ‘마지막 어부집’에 무한한 향수를 남기고 문을 나섰다.
모두 함께 숲길을 따라 남한강변을 걸으면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목청껏 불렀다. 어린 시절 우리 모두 고향, 영암 모정마을의 아름다웠던 추억 속에 함께 엉켜 그때 그 시절 소년들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