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시간들

2021-03-26     안형영
안 형 영 / 전 영암군의용소방연합회   여성회장

봉사라는 단어가 좋아 지난 93년 영암읍여성의용소방대가 발족될 당시 지인의 도움으로 의용소방대에 입대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8년이란 세월속에 즐겁고 힘들었던 일, 서로를 껴안고 안되는 일들을 소리없이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면서 의견을 나누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20여명의 대원들이 내일처럼 움직여 주었고 현재 29명의 대원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강한 봉사정신으로 성실히 자기의 맡은바 직분에 최선을 다하며 적극적으로 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설립된 지 2년부터는 그 당시 김영자 대장님의 리더로 사비를 모아 청소도구를 구입하여 3~4명이 한조가 되어 한 달에 두 번씩 영암을 시작으로 독거노인 가정을 청소해 준 봉사활동.

그렇게 시작했던 작은 일들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다음 해는 봉사활동을 조금 더 늘려 김장으로 방향을 바꾸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이 모여 1천여 폭의 김장을 해서 독거노인 가정과 소년소녀 가정에 전달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사랑을 전달했던 일... 그렇게 해가 거듭할수록 독거노인 가정과 소년소녀 가정의 세대수를 늘려 폭염의 더위로 힘들 때 설탕과 국수, 음료수를 전달했던 일들... 발족이 되지 않은 군서, 서호까지 폭넓게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각 면 소재지에 의소대가 활발하게 움직여 서로가 내 지역은 내가 지킨다는 강한 봉사정신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용소방대는 국가가 관리하는 단체로 전국에 12만명의 대원들이 하나같이 솔선수범하여 움직이고 있다. 그 중 제일 큰 역할은 지역의 소방서를 도우면서 각 가정의 안전소방 시설을 전검하고 봄철 영농기에는 농가를 돕기 위해 각 지역대 마다 구슬땀으로 봉사하고 또한 새로운 소방에 관한 봉사활동을 발굴하여 직접 현장에 나가 하나같이 움직였다.

영암읍 여성대는 10여년간 해오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정 방문을 이제는 구정과 추석 두 절기로 나누고 필요한 곳이 있으면 각 조별로 방문하는 것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5년 영암읍 여성대장이라는 직책을 받을 당시 부담감이 마음을 무겁게 했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조금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또다시 시작한다는 사명감으로 더 큰 봉사라는 단어에 애착을 가지며 강한 의지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대원들과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안정된 자리까지 정착하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모두가 잘 따라 주었다. 그해 가장 뜻깊게 시작한 일은 소방서에서 심폐 소생술 교육을 이수할 대원들을 모집하였는데 17명의 대원들이 실습교육을 받아 4월 왕인박사축제와 여름 기찬랜드 수영장 운영 때도 현장실습에 도움을 주었다.

20189월 충주에서 열린 세계소방관 경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뜻이 있는 여대원 6명의 선수선발로 7월부터 준비한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하여 10년에서 25년의 베테랑들과 싸워 32로 패했으나 아쉬움은 없었다. 두 달여 땀 흘리며 준비한 자부심으로 참가한 경시대회였기에 용기가 더 났던 것 같다. 전동평 군수님께서도 현장을 방문해 우리 대원들을 격려해 주셨다.

20191월 심폐소생술교육을 이수한 수호천사 대원들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삼호지역부터 11개 읍면을 순회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사연과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젊은 이장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보람있는 해를 보내고 마지막 영암읍과 신북면을 남겨두고 20201월 순회교육 일정을 잡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마무리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20207월 장마에 피해를 입은 전남지역 그 중에서도 구례와 장성·담양지역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크나큰 피해로 살고 있는 주택과 농작물이 물속에 잠기고 생계를 유지하는 상가도, 지역민도 넋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우리 전국의 의용소방대원들은 모두가 힘을 합하여 침수지역을 돕자고 했으며 특히 우리 영암군의용소방대는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서 돕자는 의견이 모아져 구례군 현장으로 향했다. 수해로 참혹해진 현장은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불이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또한번 느끼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둘러메고 무더위에 마스크까지 흐르는 구슬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하나라도 더 물속에서 꺼내야 했다. 쓸 수는 없지만 옮겨 놓아야만 무슨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다는 군의 방침에 거의 6시간여 구슬땀의 작업이었지만 수해민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했다. 작업을 마치고 현장을 나왔을 때 몸에서 나는 냄새는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해지역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지역의 봉사활동도 손을 놓은 지 몇 달째 되던 어느 날, 소방서에서 연락이 왔다. 심폐소생술경연대회가 있다는 것이다. 영암지역의 의용소방대원들은 전남의 1등을 목표로 꾸준히 연습하였고 113코로나 시대 심폐소생술이라는 프랑카드를 준비하여 대회가 열리는 장흥군으로 향했다. 18개 지역이 참가하였고 우리는 12번째 순서로 1등을 목표로 파이팅했지만 아쉽게 2등에 그쳤다.

이처럼 하나하나의 일들이 즐거움으로 기억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속에 지나가 버린 시간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강한 의지로 임했던 봉사활동의 발걸음을 서서히 뒤로하고 28년 의용소방대원의 역할과 대장, 여성회장의 즐거웠던 일들을 남기면서...지역 파수꾼 의용소방대원들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