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토지개량제 술술샌다

썩고, 터지고, 흘러 내리고... 마을앞 곳곳 방치
매년 30억원대 무상지급, 일부 농민들 “공짜 비료 일단 타놓고 보자” 사용안해

2012-01-12     주희춘

 

도포면의 한 마을광장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둔 토양개량제가 수북히 쌓여있다.

지난 10일 도포면 모 마을회관앞 광장. 지난해 가을 보급한 토양개량제인 규산질과 석회 1천여포대가 층층히 쌓여 있다. 토양개량제는 영암군이 매년 28억원(국비 70%와 도비 10%, 군비 20%)의 예산을 들여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61만포대가 공급됐다.

고개를 돌려보자 마을 광장 한 귀퉁아리에 지난해 공급한 것과는 다른 낡은 토양개량제 포대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게 보인다. 포대는 낡아 터져 있고 내용물이 흘러나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몇년전 공급한 토양개량제가 소비되지 않고 적재된 상태로 썩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 앞에만 이런식으로 방치된 토양개량제가 300여포대가 넘어 보였다.

마을 주민 김모(여. 67)은 “주민들이 배정만 받아 놓고 사용하지 않아 저렇게 썩고 있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신북면의 한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마을회관앞에 층층히 쌓인 토양개량제을 비닐로 덧씌워 놓은듯 했으나 여기저기가 찢어져 포대의 내용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농로에 방치된 토양개량제가 차량에 치여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 마을에 방치된 토양개량제 숫자 역시 수백포대에 달했다. 마을주민들은 외지에 사는 농지소유자가 토양개량제만 받아놓고 사용하지 않아 그렇게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시종면과 도포, 신북면의 마을 수 곳을 확인한 결과 이처럼 마을회관이나 공터에 방치된 토양개량제를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귀중한 세금으로 무상 공급되고 있는 토양개량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일부 농민들이 읍면을 통해 신청을 하고나서도 막상 배정되면 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양개량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노령의 농민들이 살포하지 못하거나, 외지에 거주하는 농지소유자들이 받아만 놓고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농민들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군은 토양개량제를 배급하고 있는 농협을 통해 노령주민에 대해서는 주민환원사업차원에서 살포대행을 해주도록 요청, 현재 읍 농협과 금정농협이 무상 살포대행을 하고 있으나 방치된 토양개량제가 줄지 않고 있다.

토양개량제의 경우 토지 면적을 기준으로 신청을 받아 개인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 있어도 농민들끼리 양도양수를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군은 매년 4개 읍면을 돌아가며 토양개량제를 공급하고 있어 농민들은 3년에 한번 정도 토양개량제를 사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농민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토양개량제를 구입할 때 일부 자부담을 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농림부의 방침에 따라 무상공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농협등과 협의해 보급된 토양개량제가 완전 소비될 수 있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