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 아래 병풍처럼 둘러쳐진 12동네 집성촌아이들로 북적대던 교정에는 폐교 건물만 ‘썰렁’

 

          #왕버들이 있는 ‘유정’

장암마을은 월출산과 활성산이 마을 앞뒤로 감싸 안고 있다. 사진은 금정길에서 바라본 유정과 회화정 마을전경.
영암여중·고를 지나 819번 지방도를 타고 금정방면으로 3km쯤 가면 오른쪽에 ‘장암’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장암으로 300m정도가면 왼쪽으로 옛 영암동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여기까지 대신리에 속한다. 학교는 현재 폐교가 되었으나, 운동장에는 테니스코트가 설치되어 영암 테니스동호인들의 유일한 운동공간이 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길 오른편에 큰 개울이 있다. 개울물은 농덕리 둔덕마을 앞의 선황제(농덕방죽)에서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흐른다. 이 개울을 경계로 왼쪽은 장암1구, 오른쪽은 장암2구로 나눠 불린다. 장암1구는 금정 활성산의 산세가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개울에서 보면 논밭이 오르막으로 펼쳐져 있다. 장암2구는 들이 평평하고 대신리로 이어져 있으며 남서쪽 월출산 아래로 영암읍 시가지가 바라다 보인다.

 

학교를 지나서 왼쪽으로 ‘춘정농장’이 있다. 이 농장에서는 유기농 한방 토종닭과 왕병아리를 판매한다. 조금 더 가면 길 오른쪽 하천가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왕버들나무 10여그루가 늘어서 마을에 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왼쪽 ‘장암교회가 있는 곳이 유정(柳亭)마을인데 이 버드나무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200여m를 더 가면 왼쪽에 회화정길이 나온다. 이 길에서도 개울이 흘러내려 여기서 합쳐진다. 이 개울물은 장암제(방죽)에서 흐른다.

 

회화정마을은 장암의 입향조(入鄕祖) 문익현의 증손인 문창욱이 이거 정착하여 살게 되면서 유배인 서명백을 기거시켰는데, 그의 집 뒤편에 회화나무가 있어 그렇게 불렸다. 지금은 정자는 없고 이름만 남아있다. 위에는 회화정으로 흐르는 개천의 바위가 검은색이어서 흑석정(黑石亭) 또는 강변(江邊)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으며, 회화정 주변에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어 신석정(新石亭)이라고 하는데 마을사람들은 ‘새터’라고 부른다.

 

회화정마을을 가로질러 좌측 농로로 1km쯤 올라가면 ‘천수사슴목장’이 나온다. 이 목장에서는 녹용도 판매하고 사슴을 분양하기도 한다.


           #회화나무가 있는 ‘회화정’   

회화정길 입구에서 200여m를 가면 장암 사거리가 나온다. 계속가면 선황정마을이 나오고 우측은 무덕정길인데 앞에는 장암정이 있고 뒤에는 ‘마당바우마을사랑’이라는 마을복지회관이 있다. 좌측은 조산길이고 오래된 작은 구멍가게가 있으며 건너편에는 옛 건물을 뜯고 보건진료소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조산길의 50m쯤 왼쪽에 장암1구 마을회관이 있다.

 

구멍가게 할머니는 가게에 연결된 뒤안의 텃밭을 돌보고 있다. 나주에서 시집오셨다는 홍씨 할머니(76)는 “사람들이 영암읍내의 마트와 5일장에서 물건을 사오기 때문에 장사는 안되요. 하지만 여태 해오던 터라 소일거리로 하고 있답니다. 40년 전에는 장사가 제법 잘 되었지라”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토로한다.

 

조산길을 따라 농로를 따라가면 마을이 나온다. 이곳의 문씨 할머니의 부친은 딸을 매우 중하게 여겨서 이 마을로 사위를 데려왔다. 할머니는 “이제 남편도 저 세상으로 가고 혼자 남아 있는데 재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반년동안 병원신세를 졌다우. 자식들이 함께 살자고 하는데 도시생활이 영 안맞고 집안일이 눈에 밟힙디다.”하고 말한다. 이 길에서 금정가는 길과 만나는 모퉁이에 ‘시인과 촌장’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한옥집에 통나무를 잘라서 덧대어 꾸며놓은 모습이 운치가 있다. 이곳 주인아주머니는 “음식점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아직 개업은 하지 않았어요. 해남에서 왔는데 고향은 시종이예요.”라고 말한다. 집안은 오래된 풍로, 장롱 등도 놓여있고 나무로 꾸며져 있다. 여기저기 시(詩)도 쓰여 있다. 주인이 권하는 커피를 마시며 보는 저녁 어스름 외등이 켜진 초여름밤 시골전원의 풍경은 신비스러울 정도다. 밖으로 나서니 집앞 화단에는 빨간 접시꽃과 한 송이의 노란 홍란이 예쁘게 피어 있다.

 

장암마을 주민들은 논농사가 주업이다. 마을주위는 대부분이 농토다. 일부 농가에서는 우렁이농법으로 생산한 쌀을 자매결연 회사인 (주)남해화학에 판매하고 있단다.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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