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진·영암읍교회 담임목사·전 영암군교회협의회장·(사)영암군기독교순교자사업회 이사장·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광주전남 이사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알프렛 아들러’라는 분이 있다. 그의 병원에 하루는 우울증 환자가 찾아왔다. 여자환자인데 그 환자의 환경을 조사해 보니까 별로 나쁜 데가 없는 유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의사는 처방을 내어 주면서 두 주간 정도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면서 꼭 지켜야 할 한 가지 일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지금부터 두 주일 동안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또한 자기 가족에게 봉사할 만한 일은 없는지를 열심히 찾아서 힘껏 해보라는 것이었다. 의사의 처방대로 그는 열심히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하여 섬기고, 자기 가족들에게도 그동안 주지 못한 사랑을 전하였다. 그런 중에 우울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료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허약하고 병이 든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만 아는 것이다. 사랑하지 못하는 것도 큰 병이 된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남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나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상대방을 위해서도 좋으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개인이든 단체이든 봉사정신이 소멸되고 사랑과 섬김의 활동이 없어지면, 그 개인이나 단체의 수명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해서 오랫동안 감았다 풀면 그동안 쓰지 않았기 때문에 팔 힘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샘터에서 솟은 물은 퍼낼수록 맑은 물이 고이지만, 산 속의 옹달샘은 찾아와 먹는 노루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쌓여 물은 썩어버리고 마는 법이다.

아기를 낳은 엄마가 젖을 빨리면 그 젖은 축복을 받아 젖이 더 생기지만, 아기에게 젖을 빨리지 않으면 젖샘이 말라 젖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태양빛이 통과해 들어가지 못하는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는 어둡기 때문에 눈은 있어도, 그 눈을 사용하지 않아 보는 능력을 상실한다고 한다.

봉사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오고 능력도 생기지만, 봉사의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회피하고 기량을 사장해 두면 그 봉사의 기능에는 녹이 슬어 버린다. 우리 주변에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지식도 없고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고 하는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여건이나 환경보다는 마음이나 정신이 문제이다.

인도의 영웅 ‘간디’는 죽은 후에 그가 남긴 유산이라고는 밥그릇과 물레뿐이었다. 인류에게 크게 봉사한 사랑의 거목들은 재산이나 학식이 많은 자들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그것이 가시적인 것이든 불가시적인 것이든,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잠시 그것을 맡아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기 때문에 위탁받은 기간 동안에 가능한 그것을 활용하여 내어 주어 우리가 죽을 때에는 빈껍데기로 땅에 묻혀야 한다.

우리가 나타나게 일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숨은 봉사’를 하려고 한다면, 우리 주변에 기회와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봉사를 실천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때로는 봉사의 효력을 의심할 때도 있고 우리가 봉사한 것이 열매 없이 허공에 소멸해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물리학에서 ‘원소불멸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봉사와 섬김의 불멸의 법칙’을 믿어야 한다. 우리가 뜨거운 인간애로 봉사하고 섬길 때, 반드시 거기에는 열매가 맺어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사랑받지 못하면, 그 삶이 병들지만 사랑받은 사람들이 사랑하지 못하면 또한 병자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랑하며 사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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