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공 11대손으로 호남일대 선비들의 귀감
병석의 부모님 혁대 풀지 않고 밤낮으로 간병

 

똥 맛보며 병세 가늠

영암읍 망호리 함정동 선영에 조상들과 함께 묻혀 있는 회와공 이규형의 묘소.
엊그제 설날을 맞았다. 설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원래 설날은 조상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 신성한 날이다.


그러나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조상을 섬기는 미풍양속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으나 가정문화가 급속히 변해가는 세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새 가족법이 제정되어 앞날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호남 일대에서 선비들의 귀감이 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망호정 마을 경주이씨 호암공(湖岩公)의 11대손 이규형(李圭灐:1809~1878, 자 毅中, 호 晦窩)의 고택을 찾았다.


공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할 줄 모르고 배움을 으뜸으로 여기며 학문에 매진했다. 부모님이 병석에 누워 있으면 혁대를 풀지 않고 밤낮으로 자리를 뜨지 않고 밤을 새우면서 병간호를 했다. 또 부모님이 살아생전에는 부모의 마음을 미리 알아 받들어 모시고 자신은 먹지 않으면서 맛 좋은 음식을 가져다 먹여드리는 등 효심이 지극했다.


특히 아버님(柱南)이 병석에 앓아눕자 대변(똥) 맛을 봐가며 병세를 가늠하는 등 효심이 극진했다. 공의 나이 열아홉 살 때 아버님을 여의자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하며 3년간 시묘살이를 하여 의절과 예의를 어른과 같이 하였다.


어느 날은 비가 내리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 되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서성일 때 호랑이가 와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고 전한다. 호랑이도 그의 효심에 감동했다는 것이다.


어머니 봉양에도 남달랐던 공은 어머니 묘소 앞에 꿇고 앉았던 무릎자리가 풀이 자라지 않을 정도로 효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이에 많은 선비들이 그의 효행에 감복하여「晦窩孝行狀錄」을 작성하여 널리 알리고 도백에게 연이어 품신함에 효행록에 기록돼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69세에 세상 떠나

「성주 합하 엎드려서 효열을 포정함은 국가의 성대한 전례(典禮)라. 덕을 숭상하여 천거함은 어진 선비의 공론이라. 바라건대, 효자가 있음을 알리는 것은 혹은 정려요, 혹은 다시 그 집을 곧 보고 느낀다. 후세에 빛이 나고 일인을 칭찬하여 백인을 권장함이 어찌 조정의 선무(先務)라 하지 않겠는가? 선비들이 우러러 사모함은 지금 왕께서 효도를 으뜸으로 함이라 이르시니 여기 유생 이규형은 곧 익재 선생의 후손 부제학 문환(文煥)의 14세손이라. 집은 넉넉지 않았으나 천성이 지효하여 칠 팔세 어린 나이에도 부모께서 병이 나면 빈번히 침식을 폐하고 의대를 풀지 않고 밤낮으로 시중하고 혹 남이 음식을 주면 과일·어육 등 맛있는 것을 품고 와서 부모께 드렸으니 사람마다 칭찬하기를 하늘이 낸 효자라 하였드라….」   村狀 幼學 崔基弘·全相雲·朴必勳 等


일흔을 한해 앞두고 세상을 하직한 그는 마을부근 함정동 선영에 조상들과 함께 묻혀 있다. 회와공이 세상을 뜨자 서원 정종호는「효자 회와(晦窩) 李公 묘갈명」을 통해 찬(撰)하기를 『호수 서쪽 함정동에 회와 처사 이공의 묘소가 있다. 어언 일년이 세월 백여 모든 나무꾼과 목동이 묘소 앞을 지나가면서 예를 갖추면서 효자묘라 하더라. 또 감히 훼손치도 않았다. 아! 효는 어떤 덕인데 이와 같이 명성이 있으랴! 공의 증손 상대(相大)가 손수 원장을 지어왔길래 살펴보니 시경편을 빌렸고 효행지문이고 역시 훌륭하여 드디어 마음이 감동되어 사양치 않고 묘비명을 바치노라….』고 했다.


이처럼 회와공의 효행은 취벽정 이규호(1821~1889)를 비롯한 동족 경주이씨 가문은 물론 인근에 널리 본이 되어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이 마을은 집성촌으로 장남으로 조직된 대동계에서 효행과 예의도덕을 관장하여 마을을 이끌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가에서는 지금도 종부가 중심이 되어 4대 봉제사는 물론 절기에 따른 명일에 차례와 헌수를 행하고 있으며, 영호정에서는 익제공 이제현을 제향하고 선조들의 얼이 담긴 족보와 많은 문계, 동계 문서를 소중히 간직하여 후손들에게 귀감으로 삼고 있다.   /명예기자단 자문위원=서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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