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태·군서면 월산마을 출생·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BC 뉴욕특파원·MBC 보도국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MBC 보도국 부국장, 해설주간·MBC 논설위원(현)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내일 모레면 후보등록이 마감된다. 그런데도 선거판은 여전히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고 혼미하기만 하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숱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재와 같은 지지율과 후보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끝까지 완주를 할 것인지,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등 범여권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등 도대체 어느 것 하나 점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변수가 없다면 달리 복잡할 게 없다. 이명박, 이회창 보수진영 두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웃도는데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다 합해도 이명박 후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니 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대로라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보수진영의 승리가 확실하고 그 가운데서도 지지율이 훨씬 높은 이명박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구도 선뜻 이 후보의 승리를 단언하는데 조심스러운 게 현실인 것 같다. 다름 아닌 대선정국 태풍의 눈이 돼있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비롯한 그 자신의 문제 때문이다.

가난과 고학에서부터 현대 입사와 건설 신화의 주역으로서의 활약, 정계입문과 서울시장, 제1 야당의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그는 가히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그러한 화려한 삶의 이면에는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것을 비롯해 위장전입과 땅투기, 탈세, 위장취업 등 수많은 탈법과 비리혐의가 숨어 있다. BBK 사건이 연일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와중에서도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 사실에 이어 운전기사 위장취업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도대체 그를 둘러싼 의혹과 비리의 끝이 어딘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후보가 개인이나 기업 등 사적인 영역에서는 성공한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나라와 사회를 이끄는 공적인 영역의 일을 하는 데는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음을 말해 준다. 민주국가에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이라면 기본적인 능력과 함께 최소한의 도덕성과 규범을 갖춰야 할진대 적어도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탈법, 비리사실과 꼬리를 무는 의혹들을 보고도 그가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그가 이회창 후보의 출현으로 지지율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경제 능력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함께 유권자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일 터이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애당초 그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어지간한 비리나 의혹사건이 터져도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외에 중도성향의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후보 등록 이전에 BBK 주가조작 연루 혐의로 검찰이 이 후보를 기소하거나 후보등록 이후라도 연루 사실을 공식 확인할 경우 사정이 달라질지 모를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와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현 정권의 5년에 걸친 국정운영 성적은 국민들 사이에 이미 실제 보다 더 실패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정권은 교체되는 것이 순리일 터이지만 과연 누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 각자가 보다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일이다.

흔히들 ‘한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 국민 수준의 반영’이라고 하는데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의 수준이 어떻게 나타날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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