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태·군서면 월산마을 출생·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BC 뉴욕특파원·MBC 보도국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MBC 보도국 부국장, 해설주간·MBC 논설위원(현)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는 나는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사람이란 참 자기중심적인 존재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위층에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사람들이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1층인 줄 알고 그냥 내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쁘거나 사소한 일에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이 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중간에 탈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자기중심적이라는 작은 반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도 다른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중간에 설 경우 같은 행동을 할 때가 왕왕 있으니 나 또한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사실 가만히 둘러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의 혼잡한 길을 걷다 보면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몸을 부딪치는 경우가 참 많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칠게 몸을 부딪치고는 사과는 커녕 미안한 기색도 없이 제 갈 길을 가 버리기 일쑤다. 외국에서 같으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옆 사람에 아랑곳없이 일행과 큰 소리로 웃고 떠들거나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경우는 특히 10대 여학생들이 더하다. 몇 년 전 일본 도쿄에 갔을 때 그곳 지하철을 타보고 가장 놀란 것은 지하철 안 여학생들의 태도였다. 옆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소곤소곤 얘기하고 웃을 때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우리 여학생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주말이나 휴일에 식당에 가면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시도 가만히 있기 어려운 게 아이들인 만큼 가급적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리에 드러누워 뒹굴거나 식당 안을 휘젓고 다니는 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사를 즐기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제지하려들지 않은데 아이들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라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기인지 모를 일이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사례들에 대해 사람에 따라서는 우리 생활 문화의 한 특성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모른 채 자신의 이익과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인 단면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자기중심적이 돼가는 것은 아마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경쟁과 각박하고 여유 없는 생활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사람이나 사회가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발달이 덜 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들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말이다. 문제는 너도나도 이처럼 자기중심적이 되다 보면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사회는 갈등과 분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 수 없이 널려있는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도 근본적으로 바로 거기에 기인하는 면이 클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우리네 정치지도자와 고위공직자, 기업가 등 소위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 일반 사람들보다도 더 자신의 이익과 입신양명만을 좇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말로는 국민에 대한 봉사나 나라의 이익과 발전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편 갈라 갈등을 부채질하는가 하면 국민을 속이거나 심지어 해를 끼치기까지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하기야 나라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대통령이 국민의 심사를 헤아려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릴 줄 아는 그 간단한 것조차 하려들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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