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우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현)·중앙승가대학교 총무처장(현)·정신대위안부 나눔의 집 이사(현)·김포불교대학 학장(현)·도갑사 주지(현)
휴가철이다. 미디어들은 연례행사처럼 CF이미지를 쏟아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인파로 피서지 주변 도로는 주차장이 된다.

휴식을 찾아 떠나지만 가는 여정에 몸과 마음이 지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행자들은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것 같지만 정작 그가 가진 자유는 관광 상품의 선택권, 소비권 정도다. 그것도 해외여행이냐 국내여행이냐, 일등석이냐 아니냐로 사회적 신분이 구별 지어진다.

19세기 이후 관광산업화는 여행을 ‘차표’ 형태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세계는 관광상품의 거대한 진열장, 백화점으로 변모했다. 관광(여행) 상품화의 출발은 철도에서 비롯됐다. 철도여행 상품은 매우 다양하게 독자들의 호기심과 눈길을 끈다.

가족단위의 주말여행은 문화유산 및 체험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체득할 수 있는 기회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2년 전, J씨 가족은 주말마다 승용차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토요일 낮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여행을 떠났다.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그 지방 특색에 맞는 문화프로그램을 개발, 명승고적 탐방 및 역사의 향기를 만끽하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오랫만에 웰빙식인 싱싱한 야채음식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J씨 가족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년 2회 문화유산탐방과 주말마다 책을 읽기로 한 것이다. 식탁을 책상삼아 가족이 둘러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신문에 소개된 신간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사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값이 비싸졌다지만 피자 한 판 값이면 2권을 살 수 있다. 경제·경영·역사서적을 수십권 독파한 J는 “1권을 꼼꼼히 읽으려면 며칠 걸리니 독서야말로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레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고 실토했다.

전업주부인 O씨는 혼자 있는 낮 시간에도 책과 신문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지는데 “레저 비용이 줄어 살림에도 여유가 생겼고 세상 보는 눈이 넓어져 나이 마흔에 새로 개안(開眼)한 기분” 이라고 독서 예찬론을 펼친다.

중학생인 자녀들도 변했다. 사고력이 놀랍게 성숙해진 듯하다. 상식이 풍부해져 성적도 쑥쑥 올라갔다. TV를 멀리 하니 성격도 차분해졌다. 안타까운 일 하나는 J씨 가족이 즐겨 찾던 동네 서점이 간판을 내리고 치킨가게로 바뀌는 안타까운 현실추세다.

“주말 여가를 어떻게 활용할까” 가 여러 직장인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아무에게나 독서를 여가활용법으로 권장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년 2회 문화탐방 및 주말 독서는 최고의 레저 라고 믿기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그렇다. 요즘 국내 출판업계와 서점업계가 신음한다는 소식이 들리니 걱정스럽다.

독서인구가 줄어들면 그 나라의 지력(知力)이 쇠퇴하지 않을까. 책을 덜 읽는 이유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져 책 살 돈이 없다는지, 인터넷으로 읽을거리를 찾는다든지, 영상매체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출범 후 ‘토론 문화’ 가 유행하다 보니 읽기보다 말하기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한몫 한 것은 아닐까.

TV나 라디오를 켜 보라. 토론 프로그램이 엄청 늘었다. 대다수 토론의 문제점은 머리에 든 것 없이 입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상대방 말꼬리 잡기식 토론이 횡행하고 있다. 궤변과 요설(饒舌)이 판친다.

중국 송(宋)나라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구양수는 글 잘 쓰는 비결로 삼다(三多)를 들었다. 입을 덜 열고 귀를 열어야 한다.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해야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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