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태·군서면 월산마을 출생·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BC 뉴욕특파원·MBC 보도국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MBC 보도국 부국장, 해설주간·MBC 논설위원(현)
이제 여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올 대통령 선거는 여러 가지로 특이한 선거다.

과거 대선 때 같으면 이 맘 때면 각 정당의 후보가 확정돼 치열한 대결을 벌일 때이지만 아직까지도 여 야 주요 정당의 후보가 누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안개 속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간이 아닌 야당의 두 유력주자 간에 사활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여권에서는 대규모 탈당사태로 집권당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 예비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아 맞추는 것은 아마 하느님도 어려울 것 같다. 국민들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선거의 주인은 바로 자신들로서 다음 대통령은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보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비롯해 국민통합과 양극화 해소,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기반 조성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 대통령은 마땅히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인 통찰력과 결단력, 추진력, 비전, 열정, 포용력 등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열린 리더십’이라 나는 생각한다. 지도자에게 높은 도덕성과 확고한 정치적 신념은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자신만 옳다는 독선이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음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되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싫은 얘기도 들을 줄 아는 사람, 상대방의 얘기가 더 옳으면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대통령이라면 정책 결정시 여러 의견들을 폭넓게 경청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인사에 있어서도 학연, 지연, 혈연 등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인재를 폭넓게 기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사회의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극심한 갈등과 대립도 점차 해소되고 국민통합의 길도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들 경제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설픈 지식으로 정책을 좌우하려 들 경우 폐해가 더 클 것이다. 우리 경제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바로 짚을 정도의 식견이 있어야겠지만 실력있고 균형잡힌 학자와 관료, 실물 경제인들을 두루 기용해 정책을 세우고 기업과 근로자가 다 같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통령은 문화 대통령이어야 한다.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메마른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문화예술의 기능이다. 다음 대통령은 문화예술에 대한 풍부한 소양을 갖고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문화예술을 획기적으로 육성, 발전시킬 과감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럴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개혁적이되 목소리와 이념만을 앞세우지 않고 실생활에서의 내실있는 변화를 더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였으면 좋겠다.

또 국제정세의 변화와 현대문명의 흐름을 꿰뚫는 식견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을 바로 세우고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균형잡힌 사고와 온화하고 관대한 심성의 소유자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진심으로 어루만질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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