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웅 ·군서면 서구림리 출생·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강사·계간 문학춘추 편집인·주간·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사(현)·전라남도문인협회 회장(현)

아버지 우리 이사해서 깨끗한 새 아파트에서 살아요? 이놈아! 거기라고 별 수 있다냐. 아파트는 다 똑같제. 괜히 이사한다고 고생만 하고 돈만 들제. ‘이사폐사’란 옛말도 못 들어봤냐. 아버지, 그게 아니죠. 며칠만 고생하면 산뜻한 환경에서 새 기분으로 살 수 있잖아요. 야! 이놈아, 이사가 얼마나 머리 무거운 일이라고 그래. 비용은 예사로 드냐. 아무리 요새 포장이사라고 해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야. 글쎄, 안돼. 여기서 그냥 살아. 나 죽거든 그때 이사하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하거라.

부자간의 언쟁은 마치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싸움처럼 평행선을 긋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말이 다 일리가 있다. 아들 말만 듣고 자꾸 이사 다녀도 항상 정돈이 안 되고 비용이 많이 드며 늘 불안정하겠고, 그렇다고 아버지 말대로 한 곳에 머물러 살면 안정은 될지 몰라도, 발전이 없고 따라서 희망도 없을 것이다.

대개 어른들, 그러니까 기득권층들은 안정을 바라고, 젊은 층, 그러니까 못가진 자들은 뭔가 변화를 바란다. 누릴 만큼 누리고, 가질 만큼 가진 자는 더 이상 귀찮은 짓을 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자칫 자기 기득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변화를 꺼리는 것이다.

반대로 쥐뿔도 없는 소시민들은 모험을 해서라도 뭔가 발판을 마련하고 그래서 발전을 꾀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직한 사회가 되려면 아버지 쪽과 아들 쪽 의견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나치게 아버지 의견만을 좇아도 발전이 없고, 그렇다고 아들 하잔대로 했다간 늘 불안정할 것이다.

그래서 영국에는 보수당과 노동당이 있고, 이들이 국민의 안정과 변화를 바라는 뜻에 따라 번갈아 정권을 잡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클린턴 정권의 대북한 정책과 부시 정권의 대북한 정책을 보면 그냥 알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탈당모임,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한결같이 보수당이다.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당이 있기는 해도 노동자만을 위한 정당이라든지 빨갱이 냄새가 나는 당이라는 편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겨우 국회의원 아홉 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꼭 이론대로 보수, 기능주의와 진보, 갈등주의로 확연히 구분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나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보수와 진보 간에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천민자본주의의 당연한 결과다.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고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조차 ‘방종’이라며 인정하지 않던 타인의 자유에 대한 유린까지도 능력 발휘로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는 천민자본주의와 더불어 결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 복지를 억압하고 인간성을 후퇴시키고 사회를 해체하며 몇몇 재벌만 배불리는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견제하자면 필연적으로 진보 세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수많은 못가진자들이 한결같이 보수당만 지지한다. 한나라당 지지자가 제일 많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자가 최고인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노대통령도 한미 FTA를 체결하고 대연정을 시도하면서 가진 자 편만 들었다.

아직 우리나라는 가진 자 천국이다. 이래서는 균형 있는 사회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새에게서 배우자. 새는 좌우 날개로 날지 않는가. 오른쪽 날개가 제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지 못한다는 자명한 원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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