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우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현)·중앙승가대학교 총무처장(현)·정신대위안부 나눔의 집 이사(현)·김포불교대학 학장(현)·도갑사 주지(현)
월출산은 동백꽃과 기암괴석이 한창 절묘하게 어우러져 해빙기의 등산로로도 압권이다.

천황사에서 계곡에 이르는 1㎞ 남짓한 초입부터 동백꽃으로 곱게 단장하고 있다. 하산길에서 만나게 되는 도갑사 부근에는 3월 중순 경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꽃이 3월말이나 4월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월출산의 운해는 평야의 들바람과 영산강 강바람이 맞부딪쳐 천황봉 정상에서 만들어내는 구름바다가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영암아리랑 노랫말이 말해주듯 월출산은 산봉우리와 달뜨는 광경의 어울림이 빼어난 산이다. 구름을 걸친 채 갑자기 우뚝 솟아 눈앞에 다가서는 천황봉의 신령스러운 모습, 그 위로 떠오른 보름달의 자태는 달맞이 산행의 명산이기도 하다. 월출산 일대인 영암 강진 해남은 ‘남도 문화유산답사의 1번지’로 꼽을 만큼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국립공원 월출산과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에워싼 상서로운 땅! 영암 고대로부터 고려까지 한·중·일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던 유서 깊은 고장답게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등 수많은 인걸들이 태어난 고장이다.

특히 1천600년 전 백제 때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천자문과 논어, 도공, 야공, 직조공과 함께 도일하여 일본 학문의 시조로 아스카문화를 꽃피우게 한 위대한 선각자 왕인박사의 고장이다. 일찍이 열린 세계로의 이상을 실현한 왕인박사의 업적을 조명하고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우리나라 제일의 100리 벚꽃이 만개한 4월, 남도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한·일 왕인의 후예들이 모여 왕인박사 춘향대제를 시작으로 향토성 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흩날리는 벚꽃 아래 국내외 관광객과 함께 오랜 역사만큼이나 장엄하게 펼쳐졌다.

왕인박사는 백제 제14대 근구수왕(서기 375~384년) 때에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성기동에서 출생하였다. 8세 때 월출산 주지봉 기슭에 있는 문산재에 입문하여 유학과 경전을 수학하고 문장이 뛰어나 18세에 오경박사(五經博士;역(易)시(詩)서(書)예(禮)춘추(春秋) 등 경학(經學)에 등용되었다. 백제 17대 아신왕 때에 일본 응신천왕의 초청을 받아 영암의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간 것으로 구전되고 있다.

당시 왕인은 32세였으며, 상대포는 국제 무역항으로 신라의 학자 최치원이 당나라로 유학을 갈 때에도 이곳에서 배를 타고 떠났다고 전해오고 있다.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도공, 야공, 와공 등 많은 기술자들과 함께 도일하여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웠으며, 일본가요를 창시하고 기술 공예를 전수하여 일본인들이 큰 자랑으로 여기는 아스카(飛鳥)문화와 나라(奈良)문화의 원조가 되어 일본사회의 정치 경제와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왕인박사의 묘지는 일본 오사카(大阪府) 히라카타시에 있으며, 1938년 5월 오사카부 사적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왕인박사의 탄생지에는 왕인박사 유적지를 정화하여 위패와 영정을 봉안하고 매년 양력 4월초 왕인문화축제 첫째 날에 왕인박사 추모제를 봉행하고 있다.

영암군은 이번 왕인문화축제의 특별프로젝트로 1천600여 년 전 천자문과 논어 등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해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영암출신 왕인박사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국내외 명사 1천인의 휘호를 한 글자씩 기증받아 ‘천인천자문’을 기획하기도 했다.

모쪼록 왕인문화축제가 전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축제로 거듭나기를 전 군민과 함께 기원하면서 이번 행사를 위해 노심초사 수고하신 관계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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