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태·군서면 월산마을 출생·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BC 뉴욕특파원·MBC 보도국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MBC 보도국 부국장, 해설주간·MBC 논설위원(현)
달마지쌀, 안성맞춤, 단풍미인, 한눈에 반한 쌀-국내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쌀 브랜드들이다. 이처럼 쌀은 이제 예전의 산지이름을 버리고 고유의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다. 가전제품의 파브, 하우젠, 디오스라든가 아파트의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아이파크, 커피점의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치 등 예전에는 제조회사 이름이나 상품의 종류로 통칭되던 단일제품들이 이제는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다. 상품 뿐만 아니라 세계의 각 나라나 주요 도시도 브랜드화해 가치가 매겨지고 있고 일반 개인마저 스스로를 브랜드화해 가치를 표시하는 세상이다. 가히 브랜드시대라 할만 하다.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제품이나 조직, 인물의 속성은 물론 이미지까지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그 자체가 무형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이른바 브랜드가치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는 줄곧 코카콜라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 가치가 무려 6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3조여원에 달한다.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GE, 인텔, 도요타 등이 잇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가 세계 100대 브랜드에 올라 있다.

지난해 영국의 한 교수가 세계 60개 도시를 대상으로 브랜드가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시드니로 나타났다. 이어 런던과 파리, 로마, 뉴욕 순이며 서울은 44위에 그쳤다. ▲도시의 국제적 지명도 ▲기후, 미관 등 외관상 인지도 ▲경제, 교육, 비지니스 관련지표 ▲주민들의 친절도와 문화적 다양성 정도 ▲숙박시설과 교통, 학교 같은 인프라 등 6개 범주로 나눠 조사한 결과다. 기업들의 투자와 마케팅을 위한 참고자료로 조사했다는 것인데 서울이 하위권에 속해 있어 그다지 기분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영암의 브랜드가치는 얼마나 되고 국내에서의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조사가 돼있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가운데선 비교적 상위권에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립공원 월출산과 도갑사,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유적지, 대불산단, 도기문화센터와 가마터, 넓은 경지면적에 좋은 교통여건 등 훌륭한 관광자원과 산업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왕인문화축제는 영암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매우 좋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반면에 교육과 문화시설이라든가 병원과 복지후생 같은 사회적 인프라와 생활편의성 등을 생각하면 아직은 크게 미흡한 점이 많은 걸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영암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길은 일차적으로 갖고 있는 관광문화자원과 공단과 농지의 이용 극대화를 통한 소득증대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동시에 그것을 기반으로 학교와 병원, 문화시설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 정말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사업적 타당성도 없는데 개발을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몇 년째 짓다만 채 방치돼 있는 흉물스런 아파트라든가 들판의 모텔,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채 무늬만 남아있는 농공단지 등은 훗날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영암의 브랜드화와 관련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영암군이 신활력사업으로 추진중인 ‘氣 프로젝트’다. 군이 영암의 대표브랜드로 추진중인 이 사업은 일견 매우 참신한 발상에 대담하게까지 여겨지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무형의 氣를 가지고 어떻게 사업으로 실체화해 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 만큼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겠지만 과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올 것인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중앙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지원도 받게 된 만큼 방향과 범위를 잘 정해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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