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웅 ·군서면 서구림리 출생·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강사·계간 문학춘추 편집인·주간·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사(현)·전라남도문인협회 회장(현)
“자네, 말이야! 1 더하기 1은 얼만가?” 강의시간에 한 학생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명을 받은 학생은 한참을 어이없어 하더니 마지못해 대답했다. “2입니다” 왜, 2지?

이제는 질문을 받은 학생 뿐 아니라 강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학생들이 뜨악해 한다.(뭐 저런 교수가 있어. 약간 돈 게 아니야.) “2니까 2지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그 학생이 내 뱉었다.

여러분이 잘 아는 토마스 에디슨은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하면 더 큰 물방울 하나가 된다고 우겼다지 않아요! 너무나도 당연한 것에 왜? 할줄 아는 사람만이 대학생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강의를 이어갔다.

1665년 어느 가을날 저녁, 영국의 한 골목에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그 골목길 옆에는 사과나무 밭이 있었는데, 잘 영근 사과가 간혹 하나둘씩 뚝뚝 떨어졌지요. 그 골목길은 간선도로로 가는 목이었으므로 숱한 사람들이 지나갔더랍니다. 인생세파를 다 겪은 꼬부랑 할머니도 지나가고, 미모를 한껏 자랑하는 훤칠한 키의 처녀도 지나가고, 천진난만한 어린이, 공부에 찌든 학생 그리고 저명한 학자, 기술자, 노동자, 농군, 또 조폭 깡패나 백수도 지나갔지요.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왜 사과가 떨어질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한 소년이 사과밭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왜 사과가 떨어질까’를 궁금해 한 것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에 의문을 던진 소년은 이내 ‘아! 받쳐주는 것이 없으니 떨어질 수밖에 없구나’를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받쳐주는 것이 없는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그 순간 문득 ‘사과나 달 모두가 지구의 인력의 아래 있지만, 달은 돌고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스쳐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기며 무관심한 이 평범한 사실에 의문을 던진 소년은 사과와 달에 동일한 법칙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상상에 이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양의 모든 행성들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 모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을까?’까지의 상상을 이끌어낸 소년은 마침내 사과의 떨어짐과 행성 운동이 다같이 ‘만유인력’의 법칙 안에 있음을 발견해내고 만 것입니다. 그 소년이 바로 아이작 뉴턴이 아니겠습니까! 그제서야 대학생들은‘아 이것 봐라!’하는 눈빛으로 강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신문에 난 별난 농부 한 분을 소개했다.

“지리산 끝자락 웅석봉이 눈앞에 펼쳐지는 남도 마을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에 사는 양희규(37)씨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괴짜’로 밖에 보이지 않을 듯싶다. 그는 미국 샌타바버라 대학 출신 철학박사라는 명함에 연연해하지 않고 지난해 산청으로 내려와 ‘농지원부’를 받고 첫 쌀 수확을 거둔 농부임을 더 자랑스러워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 뿐인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지난 가을학기 대구에서 데려와 폐교위기에 놓인 전교생 7명의 둔철분교에 보냈다. 그는 올해의 가장 큰 소망을 ‘작은학교 만들기’로 잡고 있다.

자신이 받았던 20여 년의 교육이 ‘수용소 생활’같아 딸에게는 그런 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했다는 양씨는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출세와 상관없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성공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 신문기사를 소개하고 나서 다시 다른 학생에게 물었다. “행복감이란 뭔가” “자네는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질문을 받지 않는 다른 학생들도 이제는 골똘히 생각해볼지언정 결코 뜨악해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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