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태·군서면 월산마을 출생·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BC 뉴욕특파원·MBC 보도국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MBC 보도국 부국장, 해설주간·MBC 논설위원(현)
정해년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1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체감되는 세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지만 연말연시 때면 그 정도가 유독 더한 것이 마치 시간에도 여울목이 있는 것만 같다.

지난해에 대한 여러 회한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새해의 꿈과 소망들을 구체화해야 할 것 같은데 안팎으로 어수선하기만 할 뿐 좀체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라 안을 살펴보면 여전히 혼란스럽고 무엇 하나 밝아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어려움의 정도가 훨씬 더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핵문제, 좀체로 수그러들 줄 모르는 부동산 광풍에 갈수록 늘어가는 청년실업, 꼬일대로 꼬인 교육문제, 노사간, 지역간, 계층간 갈등과 분열 등 숱한 난제들이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말로만 양극화 해소와 국민통합·경제살리기를 외칠 뿐, 몸과 마음은 벌써 온통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다. 무엇보다 국정의 중심추를 잡아야 할 대통령마저 4년 연임제 개헌이다, 임기 말까지 할 말은 하겠다며 정치바람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난마처럼 얽힌 나라 안의 여러 난제들을 풀 수 있는 길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마다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우리사회의 소통(疎通)의 활성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이란 생각과 뜻이 오해 없이 서로 잘 통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구성원간 소통이 잘 될 때 화합과 결속이 이뤄져 융성할 수 있을 것이란 건 상식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대통령과 여야 정파, 기업주와 노동자,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영남과 호남이 소통의 문을 닫은 채 저마다 ‘내가 더 옳다’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도 서로 충돌하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기 일쑤다.

나만 옳다는 지나친 자기확신은 독선일 수 있으며, 독선과 양보를 모르는 이기심, 오만으로는 결코 원할한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서로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다. 나아가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국민 대다수는 그와 같은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인식과 자세가 결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만개한 언론자유와 세계적인 인터넷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금처럼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장 큰 원인도 여야 정치권이나 경제계, 언론,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은 데 있다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노대통령이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소리에 겸허히 귀 기울여가며 국정을 운영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군부 독재시절도 아닌데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도 않다가 필요할 때만 여야 정치인이나 경제인, 언론인들을 불러 협조를 요청한들 효과가 있을 턱이 있겠는가.

대선의 해인 올해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누구라도 그것을 점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 보다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승리하기를 바라며 그리 될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고향의 대표언론인 영암신문이 지역현안은 물론 지역민과 출향인들 간에 훌륭한 소통의 채널이 되어 고향발전에 더욱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