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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중국 고성을 가다(1)
정 희 봉

학산면 계천길
문화유산해설사
전통건축해설사
영암군문화관광해설가

넓고도 넓은 중국, 중국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다 못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한자를 다 배워 기억할 수 없고, 전국 곳곳을 다 다녀 볼 수 없고, 각 지의 모든 음식을 먹어 볼 수 없다고 한다. 과연 맞는 말인 것 같다. 매년 틈나는 대로 배낭을 메고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또는 몇 달을 여행했지만, 중국을 여러 곳 가봤다고 말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여행관련 프로그램이나 책자에서 낯선 곳들을 많이 접하곤 한다.

여름을 맞이하여 중국의 옛 건축물과 전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고성을 두 번에 걸쳐 여행해 보고자 한다. 중국의 고성은 각 성에 상당히 많다. 그 중 4대 고성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시성의 평요고성과 사천성의 랑중고성, 윈난성의 리장고성 그리고 안후이성의 휘주고성이 그들이 손꼽는 4대 고성이다.

산서성(山西省)에 있는 평요고성은 춘추시대에는 진나라에, 전국시대엔 조나라에 속하였고 한나라 때에는 왕족의 도시였으며 북위시대가 되어서야 평요현이 되었다. 평요고성엔 옛날에 상인이 경영하던 금융기관인 표호가(票号家)가 유명한데 청나라 말기에는 20개가 넘는 많은 표호가 생겼으며 전국의 금융을 장악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월가라고 볼 수 있는 곳으로 2,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중국의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벽 둘레 6,163m이며 면적은 여의도의 80%로서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 고성이다. 평요고성은 서주(西周) 시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 성벽과 건축물은 대부분 명나라 때 지어져 명ㆍ청 시대의 건축과 문화, 경제, 사회 모습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평요고성을 '중원문화의 보물창고'라 칭하며 중국의 4대 고성 중 하나로 뽑고 있다.

평요고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이곳의 객잔은 명·청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형태가 많다. 중국 최초의 은행인 일승창, 표호, 사원, 생활박물관, 금융박물관 등 많은 유적지가 성안에 있으며 건조한 기후 덕에 나무로 지어진 중국 전통의 집들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으며 성안에 경찰서, 은행, 우체국 등 공공시설과 식당, 슈퍼 등 편의시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번화가 복판의 시루에서의 일출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대부분의 객잔이 사면을 방으로 두르고 가운데에 정원을 꾸민 사합원(四合院)이다. 평요고성의 특색있는 음식은 석두병(石頭餠)으로 공깃돌 만한 크기의 까만 돌을 프라이팬에 달구고 그 안에 밀가루 반죽한 것을 넣어 울퉁불퉁한 형태로 구워낸 간식이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특징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오리온 하비스트 비스킷 맛이라고 한다. 미니 수제 월병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것으로 한국의 공갈빵과 흡사한 맛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납작하게 누른 미니 공갈빵 정도로 보면 되겠다. 두 번째 음식은 쇠고기 육포이다. 맥주 안주로도 제격이며 가격도 저렴하다. 세 번째 음식은 향초육으로 고기를 향초에 싸서 익힌 것을 말한다.

향초육은 겉은 아주 쫄깃쫄깃하고 안은 만두 속 같은 고기가 들어있어서 식감이 아주 좋고 포만감을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도삭면이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주인이 가게 앞에서 반죽을 어깨에 올리고 칼로 면을 잘라 바로 솥으로 날린다. 신선함과 자신감이 광고인 셈이다. 그런 장면을 보고 나서 먹으면 맛도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평요고성에서는 옛 건물을 숙소로 잡으면 마치 명·청 시대 사람이 된 듯 기분이 묘하다. 며칠을 지내도 집안 구석구석이 박물관의 유물을 보는 느낌에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방안 돌바닥과 벽·가구들이 계속 새로운 얼굴을 내민다. 아침에 일어나면 햇살도 천천히 흐르고, 밤에 객잔으로 돌아가면 과거를 보낸 듯한 묘한 분위기에 잠기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다만 여름에는 더위를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촉한 말기에 만들어진 2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최대의 옛 성터인 랑중고성이 있다. 랑중은 전국시대 파(巴)국의 마지막 수도였다. 쓰촨성과 중원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랑중고성은 그 위치 덕분에 서남지방 주요 군사도시 역할을 하며 많은 물자와 재정지원을 받았다. 이곳 건축물들은 당·송의 구조와 명·청 양식의 특징을 두루 갖고 있다.

랑중고성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의 묘가 있는 곳인 장환후사(張桓候祠), 도교 양식의 목조 건물인 화광루(華光樓), 당나라 때 지어졌고 명·청풍의 목재건물인 중천루(中天樓), 공원(貢院)은 옛날 과거시험이 치러졌던 과거시험 박물관 등 8개의 국가보호 문화재와 22개 성급 문화재가 있다. 고성밖에는 꽃과 나무가 비단처럼 뒤섞여 있고, 두 봉우리가 연이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서 붙여진 금병산(錦屛山)이 있으며 랑중 가릉강 기슭의 1,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불사는 아름다운 풍광과 명승고적, 종교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이다.

중국 4대 식초 중의 하나인 바오닝 식초 박물관도 꼭 봐야 할 것 같다. 랑중은 종교에 대하여 개방적이었던 모양이다. 유교, 불교, 도교는 물론이고 천주교의 천주당이 있고 이슬람교 청진사도 있다. 사천성의 대표 특산물인 소고기로 만든 매콤한 장비육포 한 번쯤은 드셔보시길 권한다.

밤이면 더욱 활기가 생기는 젊은이들의 고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리장고성과 천하명산이 위치한 황산시의 휘주고성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정희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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