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 문화창작공간, ‘회귀’ 프로젝트 기획전
이귀님 展 ‘기억^흔적’, 다음 달 10일까지

삼호읍 나불리 출신의 이귀님 작가가 군서면 ‘희 문화창작공간’ 2층에서 자연을 닮은 질감을 가진 닥나무 종이에 커피 에스프레소를 물감으로 삼아 영암의 자연과 문화를 담아낸 무채화와 서양화를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희 문화창작공간(대표 김미희)’이 ‘2020년 창작공간 활성화’ 일환으로 영암출신 작가들에게 고향에서 머물며 작품을 구상하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회귀’ 프로젝트에 따라 기획됐으며 다음 달 13일까지 열린다.

영산강 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 나불리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어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이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어린시절 보고 자랐기에 그곳에서의 다양한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림의 독특한 재료인 닥종이는 닥나무를 닥죽으로 쑤고 나서 두들겨 섬유를 부드럽게 풀리도록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종이를 차곡차곡 쌓는 방식으로 두껍게 떠낸다. 커피색의 농도에 따라 색이 거친 자연 질감의 닥종이에 거침없이 스며들어 미묘하게 달라지며 표현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 ‘남도의 여인3’은 커피색이 닥종이에 끝없이 스며들다가도 농도를 높이면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의 모습이 수묵화처럼 선명해지고 먼 바다의 풍경은 물결 위에 구름이 은은하게 펼쳐져 있는 느낌을 준다.

그림의 물감으로 쓰이는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 고압에서 추출한 원액을 사용하며 색이 닥나무와 만나 자아내는 따뜻한 감은 편안하게 옛 향수에 젖게 만든다. 작가는 기존에 정해진 것이 아닌 삶과 자연에서 색감과 질감을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작풍과 양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영암의 인간과 자연을 한국적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귀님 작가는 “코로나19로 모두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시기에 치유와 휴식의 커피향이 나는 자연의 질감을 품은 작품을 감상하며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귀님 작가는 목포에 거주하고 있으며 틈틈이 ‘희 문화창작공간’을 찾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및 국내외 초대전을 열었고, 교원전, 국도1호선전, 남도 산하전, jala전, 부채전, 영산강고대문화 산책전, 양평군립미술관 오늘의 여성미술전, 등에 참여했다. 현재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희 문화 창작공간’ 김미희 대표는 영암 출생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꿈꾸며 2012년 사재를 털어 창작공간과 전시시설을 마련해 군서면에 자리를 잡았다. 지역민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지공예의 전통 계승과 한지산업 육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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