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기부로 메세나 실천

영암의 참스승 고 김석채 선생의 생전에 즐겨 읽던 오래된 책들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선생의 부인 박정숙(84·영암읍 역리) 여사의 뜻에 따라 영암문화원에 기부됐다.

이날 기부된 책은 20세기 초에서 말까지 출간된 것들이며 500여 권에 달한다. 초등교과서에서 동국여지승람, 사전, 철학서, 여러 문중 족보, 인명사전 등으로 디지털 시대 이전의 책자들이다.

영암문화원은 기록물 보존의 측면에서 가치를 두고 책자를 분류하고 내부의 ‘작은 도서관’에 소장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박정숙 여사의 고귀한 메세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증도서에 김석채 교장의 기증도서라는 인장을 표시하기로 했다.

박정숙 여사는 “집이 오래 되어 수리하려던 중에 유품이 된 책들을 정리하던 중 좋은 책들도 많아 영암문화원과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부하게 됐다”면서 “남편은 생전에 책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해 한 번 책에 눈을 두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였다”면서 옛 추억을 되새겼다.

김석채 선생은 김한남 문화원장이 1957년 영암초등학교 4학년일 때 담임이었다. 당시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부족했고 배고프고 가난한 시대였다. 김 원장은 “선생님께선 점심시간이 되면 제자들이 배를 곯을까 도시락을 싸온 제자들과 함께 도시락 뚜껑에 한 숟가락씩 밥을 모아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제자들과 나눠 먹으면서 부족함 속에서도 어려움을 이겨 나가도록 서로 돕도록 가르치셨다”면서 “선생님이 애독하시던 책들이 문화원으로 온 것을 보면, 그 분이 생전에 후학에 대한 열정적인 가르침과 나눔으로 사셨던 것을 봤을 때 메세나 정신을 평소부터 가지고 계셨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부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김석채(1931~2007) 선생은 ‘영암의 큰 스승’으로, ‘영암의 참 스승’으로 제자들과 지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1950년 영암읍 장암리 영암동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해서 1996년 영암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6년여를 교직에 몸담았다. 퇴임 후에는 영암문화원과 영암향교에서 청소년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해왔으며 2007년에는 왕인문화축제에서 ‘올해의 왕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암읍=안형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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