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경 2010년 귀농 학산면 유천마을 월출산힐링팜(향기찬 꽃차)

시골에 온지 10여년이 지났다 그간 시골 살이 어떤 점이 제일 불편하냐.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쓰레기 처리문제라고 하겠다. 도대체 쓰레기를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마을회관 앞에는 병이나 플라스틱 등의 분리수거함은 있는데, 도대체 종량제 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내놓는 곳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주민들은 쓰레기 청소차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마을회관 앞에 지저분하게 내놓지 말고, 알아서 태우라고 한다. 쓰레기를 아무데서나 태우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고, 화재의 위험도 있다고 하면 외려 어이없는 표정이다. “아따, 암시랑토 않아... 다 그러고 살아 왔어...시골은 공기가 좋으니까 괜찮당게...”

심각한 농촌 쓰레기 불법 소각 

 이사 온 지 며칠 후 큰 폐드럼통을 선물 받았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집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통이란다. 아하~ 처음에 종이류를 골라 소각하는데... 시꺼먼 연기와 냄새에 깜짝 놀랐다. 종이류도 알고 보니 상당부분이 칼라나 특수용지여서 소각 시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 물질이 마구 나오는 것이었다. 유독가스가 집 마당을 가득 채우고 마을 골목으로 번져나가니, 공기 좋은 농촌 마을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그런데 왜 농민들은 쓰레기를 소각할까?

무엇보다 청소차가 자주 오지 않고 언제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쌓인 쓰레기봉투에서 악취도 나고 고양이나 들짐승이 헤쳐 놓아 지저분해지니, 차라리 소각하는 게 낫다는 핑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두 번째는 어쩌다 온 청소차가 기껏 공들여 분리 배출해 놓은 재활용품들을 모두 쓰레기와 섞어 가져가기 때문이다. 또 스치로폼 등 특수한 쓰레기들은 가져가지 않는다.결국 농민들은 태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어차피 청소차가 모아가는 쓰레기도 소각하는데, 마찬가지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마당에 쓰레기봉투를 돈 주고 사는 게 은근히 아깝기도 하다. 그러나 쓰레기 소각은 불법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독성 다이옥신1g, 어른 2만명 죽일 수도

쓰레기 소각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다이옥신, 극약으로 알려진 청산가리의 1만배 강한 독성물질이다. 다이옥신은 베트남 고엽제에 함유된 독극물로 특히 비닐이나 플라스틱 소각 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소각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외 중금속 등의 미세먼지는 태우는 사람이나 인근의 농작물에도 침투하여 발암 및 기형아 출생, 자연오염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쓰레기를 태워 없애는 소각장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는데서 소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농촌은 아직 쓰레기 불법 소각의 위험성에 둔감하다. 이런 위험 외에도 쓰레기 소각으로 화재가 나거나 이웃 간의 갈등이 빚어짐에도 오랜 관행에 젖어 막무가내인 주민들이 많다. 이를 단속하기 위해 정부는 단속반도 가동하고, 쓰레기를 불법 소각 신고 포상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불법소각한 자는 50만원~100만원의 과태료를 맞고, 이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건당 10만원 또는 20만원의 포상금도 주는 신고포상금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이 능사는 아니다. 우선 쓰레기 소각의 문제점을 농민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청소차 운행을 더 자주 배치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농촌은 주택가만이 아니라 비닐하우스 및 논밭에서도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만큼 농지에서도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마을마다 재활용 분리수거장 설치해야
 
 올해 영암군에서는 7개 마을에서 재활용 분리수거장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마을회관 앞에 그물망 몇 개 비치한 것으로는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할 수 없는 허술함을 개선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마치 버스정류장처럼 비가림 지붕도 있고, 다양한 재활용품을 넣을 수 있는 도구함이 비치되어 있다. 야생동물이나 바람에 재활용품과 쓰레기가 훼손되지 않게 뚜껑도 있고. 태양광 CCTV까지 설치되었다. 재활용하는 방법도 벽에 부착되어 있다. 이제 굳이 위험한 소각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용하는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잘 구분하고 분리하는 일이 남았다. 부디 영암의 모든 마을에 편리한 재활용 분리수거장이 설치되어 월출산의 맑은 공기와 기운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