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무 승 (주)투어2000여행사 대표이사 회장 재경영암군향우회 회장 관광분야 명예 서울시장 중국 산동성 공자 홍보대사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오늘날,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는 인간관계 언제나 가능할까?

“다음에 식사 한번 하자” “언제 한번 식사라도 하시지요” “식사 한번 하게 연락할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다음 약속을 식사를 전제로 이 같은 인사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반년이 되어 가는데도 물러날 기미가 없고 오히려 2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사람들의 만남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어 결혼식 등도 연기되고 실제 결혼식에 참석을 하지 않고 축의금만 전달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는 전염병인 코로나19의 조기 극복을 위해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함에도 준수하기 어려움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 지인 등과의 식사 자리도 부담을 갖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식사와 관련한 문화적 차이도 흥미로우면서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인사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서 궁금하다며 물어온 질문 중 우리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알게 되면서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게 한다.

주한 중국인 주재원들은 한국에 부임해 한국인들과 만남을 많이 갖는 초기에 헤어질 때마다 한국인들로부터 “언제 식사 한번 하시지요”라는 인사말에 “아! 한국인들은 처음 만나도 식사 약속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데 상대방으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후에도 한국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식사를 하자는 인사말을 들었지만 그 후 식사를 하자는 연락을 받지 못해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는 ‘관시’(關係·관계)가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시되는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데 어느 정도 친숙해야만 차라도 한잔 하고 그 다음에 특별한 관계가 돼야 식사를 하고 술을 함께 할 정도가 되면 막역한 사이라고 여기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중국인 주재원에게 한국인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 의례적 인사말로 “다음에 식사라도 한번 합시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현실 앞에 문득 한국과 중국의 식사에 따른 에피소드가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고 있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인사말 속에 담고 있는 무게감을 중국인으로 인해 깨닫고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아닌 생활 속에 화기애애한 식사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