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경 2010년 귀농 학산면 유천마을 월출산힐링팜(향기찬 꽃차)

400평도 안 되는 밭에서 풀과 싸우는 우리 부부를 보고 지나가던 마을 아짐이 한 말씀하신다. ‘다래네는 친환경적으로 농사짓다 쓰러지것네! 그리 농사지어 먹고 살것능가?’ 쯧쯧.

서울에서 바쁘게 살다 병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따뜻한 남쪽, 물 좋고 공기 좋은 데 가서 여유 있게 살자고 내려온 지 10년. 친환경 생태마을을 이루어 자연에 순응하며 소박한 농사꾼으로 사는 것은 녹녹치 않다. 작은 규모의 농사를 친환경 생태농업으로는 수익을 내기는커녕 생계비도 안 나온다.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농사짓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러나 남편은 10년 동안 농사를 지은 덕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어도 농사짓는 일이 몸을 굳지 않게 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까지 느끼니 행복하기까지 하단다. 바로 농사, 농촌 살이가 갖는 ‘치유의 힘’ 덕이다. 100세 시대! 이제 우리 사회의 ‘아프고 힘든 이들’을 살리는 ‘치유농업’의 시대가 온다. 농촌은 고되고 낙후된 곳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의 ‘치유의 공간’이자 ‘쉼터’로 진화한다.
 
법 제정으로 도약의 발판 얻은 ‘치유농업’

코로나19 위기 속 지난 3월 6일 ‘치유농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3월 24일 제정되었다. 이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는 그를 위한 홍보 및 시행세칙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은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하여 치유농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 및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한다. 아직은 생소한 용어인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과 농촌의 자원, 환경을 통해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농진청은 지난 2013년부터 치유농업연구센터를 만들고 ‘치유농업’의 적용사례와 관리방식에 대해 준비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을 위해 ‘치유농업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국가지원 속에 발전한 외국의 ‘치유농업’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고 돌보는 활동을 환자의 치유나 재활에 결합시키는 일들은 예전부터 종종 있어 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1950년대 이후에는 이런 치유목적의 공동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이러한 농장을 ‘그린팜, 케어팜’이라고 불러왔다. 190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는 간호사 출신 농장주가 자신의 작은 농장에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케어팜’에 성공했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이와 같은 ‘치유농장’(케어팜)이 많아지면서 2001년부터는 치유농장에 보조금 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치유농장(케어팜)은 치매환자, 독거노인, 발달장애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말 방문형에서 거주형 등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한 정부 및 의료시설과 연계해서 요양서비스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케어팜 이용은 농장에서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갖고 지역 행정기관을 찾아가면 사회복지담당 직원이 판단해 치유농장을 연결해주고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반나절에 약 4만5천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한다. 지금은 유럽 등 많은 국가들에서 농민들이 다양한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국가는 이를 복지체계의 일원으로 인정하며, 건강보험 제도와 농업인 보조금 등을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작지만 가치 있는 ‘치유농장’을 꿈꾸며

일주일에 한나절, 병원치료 외 농장에서 정서적 활동을 하는 것이 치유에 효과적이라는 의사의 소견서가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치유활동을 알차게 하는 농장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의 획일화된 의료치료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정서적 치유가 가능할 것이다.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지친 환자에게 ‘치유농장에 가서 꽃도 가꾸고 꽃차도 만들어 마시고 오라’는 처방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치유농업-치유농장을 위해 좀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우리 농장 마을에 와서 치유활동을 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고, 배워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미 경기도는 국회에서 ‘치유농업법’이 통과되기 전 자체 조례를 통해 ‘치유농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라남도 및 영암군에서도 제대로 역할하는 치유농장을 준비하고 치유농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지역사회의 독거노인, 장애인, 시설환자들이 농장 활동에 참여하며 활기차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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