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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음식 이야기
정 희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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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문화관광해설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가정의 달이다. 살면서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도 많다. 그 중 가장 고마운 사람은 부모님이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함께 한다면 부모님도 행복하시고 대접해주는 자식도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나눔으로서 행복과 건강도 나눌 수 있다. 음식은 많은 이들의 공간과 시간을 지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이어져 왔다. 그 이야기를 따라 짧지만 재미있는 음식여행을 시작해 본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충청남도 지방의 어죽이다. 예당호의 어죽이 유명하다. 어죽을 끓이는 방법은 민물고기의 내장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손질한 물고기를 솥에 넣고 푹 끊인 후 믹서에 간다. 고추장과 불린 쌀을 넣고 끓이면서 살아있는 민물새우를 갈아서 넣고 쌀알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익는 순서대로 감자, 호박, 양파, 풋고추, 국수, 수제비까지 넣는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생선이 다르기도 하지만 충남 금산이나 금강 주변은 인삼을 넣기도 한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을 때 보양식으로 먹었던 것이 지금은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이 되었다.

조선시대 때부터 먹었다는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를 아시는지요? 설렁탕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조선시대 국왕이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낸 후,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국을 끓인 후 백성들과 나눠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고려 후기 원나라 간섭으로 '슈루'를 먹기 시작하면서 몽골어인 '슈루'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대표적이다. 설렁탕은 소의 뼈, 발, 도가니 등을 푹 삶아 뽀얄 때까지 끓여 만든 탕이고 곰탕은 소의 고기와 내장을 넣고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대표선수는 빈대떡이다. 빈대떡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빈자들의 떡, 곧 ‘빈자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예부터 녹두는 가난한 농부들이 심었던 작물이다. 메마른 땅에서 비료 없이도 잘 자라 산비탈이나 논밭 가장자리나 모퉁이를 이용해 키울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콩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아 빨리 먹을 수 있었다. 춘궁기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보리 수확 뒤 쌀 추수 때까지 버티는 것도 큰 문제였다.

녹두는 보리 수확 뒤 곧장 씨를 뿌릴 수 있어 간작은 물론 다른 작물과 혼작도 가능했다. 하지만 녹두는 다른 콩들과 달리 일시 수확이 어려웠다. 익으면 꼬투리가 벌어져 콩들이 튕겨나가기 때문에 익는 대로 나누어 수확해 햇볕에 말려 일일이 손으로 까야 했다. 일손이 많이 가 논마지기 꽤나 있는 농민들은 녹두 재배를 꺼렸다. 그렇다 보니 녹두 재배는 가난한 소작농들 몫이었다. 녹두는 빈민들을 위한 구황작물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겨울까지 몇 번이고 수확할 수 있어서 산에서 캐낸 칡가루와 섞어 면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당면 재료로도 쓰였다.

또 녹두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게 녹두 부침개다. 녹두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낸 뒤 이를 갈아 여기에 녹두를 싹 틔운 숙주나물을 넣고 돼지기름에 지져 부침개를 만들어 먹었다.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면 거지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러면 세도가들이 녹두 부침개 곧 빈자떡(貧者떡)을 만들어 거지들에게 “어느 댁의 적선이오” 하면서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 뒤 ‘손님을 대접하는 떡’이라 하여 빈대떡(賓待떡)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약식은 정월 대보름에 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며 돌잔치나 환갑·혼례 등에 많이 등장하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신라 21대 소지왕 10년 정월 보름날에 왕이 경주 남산의 천천정에 친히 거동했을 때 갑자기 까마귀 떼가 날아들고 그중 한 마리가 봉투 한 장을 떨어뜨리고 날아갔다. 신하들이 주워서 봤더니 "이걸 뜯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뜯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은 왕이라 생각하고 서찰을 열어보니 "당장 환궁하여 내전 별실에 있는 금갑을 쏘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왕과 신하들은 급히 환궁하여 금갑에 활을 쏘았는데 그 안에서 왕비와 내원의 분수승(焚修僧)이 있었고 왕을 죽일 모략을 하고 있었다. 왕은 두 사람을 주살하고 역모를 평정했다. 이후 왕은 까마귀 덕에 화를 면했다고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로 정하고 까마귀를 닮은 검은색을 띤 약밥을 지어 제(祭)도 지내고 까마귀에게 먹이로 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어란 장인이 있다. 어란은 숭어의 알로 만든 것인데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 중의 하나이다. 숭어의 알이 기름지고 고소하며 찰져서 일본에서도 진미로 꼽을 정도이며 어란 중 으뜸으로 평가받았다. 동의보감에서는 진흙을 먹는 생선은 모든 약과 함께 쓸 수 있으며, 불편하고 막힌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한다고 적혀있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건강한 자연이 베풀어 주는 제철 음식을 즐기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한다면 즐겁고 건강한 100세 시대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희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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