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경 학산면 유천마을 월출산힐링팜(향기찬 꽃차) 버들샘영농조합법인 대표 학산면 생활개선회부회장

보편적 ‘정상가족’의 감소

우리 사회는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핵가족이 가장 보편적이라고 보고, 이를 소위 ‘정상가족’이라 불러왔다. 이런 의식 하에서는 다른 형태의 가족, 즉 기러기아빠,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결혼가족, 1인가족 등은 모두 ‘비정상가족’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러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1인가구가 27.2%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은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순이다. 통계청 2015년 통계를 근거로 추정하면 소위 ‘정상가족’은 2015년 32.4%에서 2020년 28.4%, 그리고 2030년에는 22.5%로 점점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혼, 미혼, 독거노인가구 등이 포함된 1인 가족은 점점 더 늘어나 2020년 29.5%, 2030년에는 32.7%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전통적 핵가족을 대신해 1인가구가 대표적 가족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외 다양한 가족형태들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가족구성 및 형태의 변화에 조응하여 가족에 대한 사회의식과 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없어져야

‘정상’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변동 없이 제대로인 상태’ ‘지극히 평범한 상태’이다. 따라서 ‘비정상’은 ‘정상’으로 되어야 할 그 무엇이 된다. 60년대 이후 산업화시대에 걸맞는 전통적 핵가족은 오랫동안 보편적 ‘정상가족’으로 여겨지고 그로 인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지배해왔다. 산업현장의 주동력인 남성은 ‘집 밖에서 경제와 사회를 담당’하고, 여성은 ‘집 안에서 가족과 집안일을 담당’하는 분업이 정당화되었다. 결국 경제권과 사회활동을 하는 남성에게 여성과 자식들이 의존하는 위계질서가 형성되고, 이는 가부장제 질서와 맞물려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또한 이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비정상 가족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였고, 가정 내 폭력문제를 심화시켰다. 우리나라의 가정폭력은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 5배가 많으며, 이들 중 90%이상이 이혼도 못하고 참고 산다고 한다. ‘정상가족신화’에서 자유롭지 못해 가정폭력문제를 감추고 쉬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변화하였다. 2015년 이후 전통적 핵가족은 10가족 중 겨우 2~3가족으로 축소되어 그 보편적 정상가족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새로운 1인 가족, 비전통적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새로운 대안적 가족질서로 잡혀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이제 사회발전의 걸림돌로 전락했다. ‘가정환경이 그러니 애가 저 모양이지’‘여자가 애를 혼자 키우니...’‘뭔가 문제가 있으니 결혼도 못하지...’ 등등의 편견은 다양성의 사회를 위협한다.

모두에게 동등한 법적 제도를 수립해야 

통계청의 ‘2018 한국의 사회지표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48.1%로 과반에 미치지 못하고 2년 전에 비해 더 감소했다. 반면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56.4%로 2년 전에 비해 8.4% 증가하였다. 이런 의식의 변화로 미루어볼 때 결혼하지 않은 동거가족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고 이에 맞는 법적·제도적 대책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시민연대법이나 스웨덴의 동거법 처럼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족들(동거가족들, 한부모가족들, 친구와 지인들의 그룹홈(공동체),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등)도 결혼가족과 동등하게 의료, 보험, 상속, 입양권, 시험관아기, 보호자 자격인정 등 상호간 돌봄과 나눔을 가능케하는 법적·제도적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위 정상가족이 축소되면 더욱 출산율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 우려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상가족 형태의 가족은 위기에 직면하여 해체되어 가고 있고, 그 대안 가족으로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출현, 증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여기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만 없다면,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진다면, 결혼을 하든 하지 않던 누구라도 아이를 낳으면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 오히려 출산율은 올라갈 것이다. 프랑스가 유럽 제일의 출산율을 자랑하듯이!

무엇보다 아동의 입장에서도 어떤 가족에서 태어나는가와 무관하게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는 ‘정상가족’이라는 낡은 관념에 매이지 말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다양한 가족형태의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모두 동등하게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법적·사회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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