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 재 전 서광초등학교 교장 광주시미술대전 초대작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온 인류가 크나큰 진통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은 그냥 지나 가리라.’라고 생각했던 재앙은 중국 우환을 비롯해서 강대국 미국, 올림픽 개최를 빙자해? 꽁꽁 숨기던 일본까지 감염속도가 가속을 붙이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선진국들도 어쩔 수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사태이다. 우리나라의 감염 확진자 수는 지금 40여 명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우리나라를 IMF에서는 세계 10대 선진국에 들었다고 선언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진단카드 5만장을 수입하고, 외신은 우리나라의 방제계획을 극찬한다고 하니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미생물 바이러스 때문에 저 하늘을 맘껏 나는 참새 한 마리보다 못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벚꽃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구촌이 한 가족으로 함께 숨 쉬며 달나라를 가고, 몇 초 안에 세계 속의 정보를 공유하는 IT의 세상이지만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가는 사람을 구제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인간이 더욱 겸손하면서 자연에 순응하고 거역하지 말며, 동식물도 내 몸처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럴 때일수록 면역력이 부족한 노인들은 타인과의 거리 두기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매일 꾸준한 운동은 필수라고 생각해 우리 부부는 도시락을 준비해 마스크를 쓰고 공기 좋은 산책로를 돌며 몸을 추스린다. 몇 개월을 그렇게 하다 보니 군살이 빠져 다이어트에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 아내의 손을 잡고 거닐면서 우리 가족의 건강과 내 이웃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이 일에 봉사하고 있는 의사를 비롯한 간호사, 봉사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끊임없이 성모님께 간구하는 묵주기도를 드린다.

산책을 하면서 나에게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휴대폰 유튜브를 통해 고전철학을 듣는다. 어느 날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논어 이야기를 듣던 중, 집에서 닭을 기르면서 어미 닭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어미 닭이 21일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알을 품어 병아리로 변신시키는 인내심, 10여 마리가 넘는 새끼 병아리에게 혼신을 다해 먹이를 물어다가 먹이고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모습, 스스로 살아가도록 훈련시키는 어미 닭에서 부모의 참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내의 생각을 물었더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이럴 때, 자식들에게 우리도 어미 닭과 같은 역할을 해보자고 했다. 급히 양동시장을 들러서 미나리 홍어무침, 열무김치, 파김치, 시금치무침, 청둥 오리탕, 게장, 달래와 냉이무침, 방풍나물, 반찬거리를 올망졸망 사들고 와서 아내는 부지런히 요리 솜씨를 뽐냈다. 나도 자식들이 맛있게 먹고 코로나19를 이겨낼 힘을 기를 것 같아 청량고추를 다듬고, 마늘, 생강, 양파를 부지런히 손질하고 채소 세척을 도왔다. 자식들 덕에 감칠맛 나는 홍어무침에 막걸리 한 잔은 혀까지 넘어갈 것 같은 최상의 맛이었다.

광주에 사는 아들들은 퇴근하여 우리가 담은 반찬을 가져가기로 하고 서울에 사는 딸내미들에게는 우체국 택배로 6시 안에 붙여야 하니 정신없이 서둘렀다. 겨우 마감 10분 전에 우송을 완료하고, 이마에 땀을 훔치며 허리를 폈다. 아들들은 우리들이 즐기는 싱싱한 참외와 토마토를 사들고 와서 입이 귀밑에 걸렸다. 밤늦은 시간에 딸들에게서도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의 반찬선물을 잘 받아 배가 터지도록 맛있게 밥을 먹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 왔다. 부모자식간의 짜릿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가슴이 훈훈했다. 어미 닭의 사랑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천국에 계신 어머니의 말씀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어머니께서는 늘, “효도는 부모가 반 효자가 되어야 한다.” 반찬을 담아 주니 자식들이 과일을 사오고 우리들 옷이며 생활용품을 사서 보내면 친구들에게 내 자식들은 효자 효녀라고 자랑하고 싶듯이 어머니도 내가 사가지고 간 먹을거리나 며느리가 사 보낸 옷들을 입으시며 우리 며느리가 사온 먹을거리는 내 입맛에 최상이며, 며느리가 사준 옷은 너무도 잘 어울린다며 동네에 친구들에게 자랑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이 불효자식 내외를 효자 효부로 만드셨던 같다.

그때는 어머니의 깊은 속마음을 잘 몰랐다. 농사를 지어 쌀 방아를 찧어 와, 손익계산을 해 보면 도저히 이해타산이 맞지 않았는데도 어머니는 매년 그 일을 하시면서 무공해 식량을 내 사랑하는 손자 손녀와 아들 내외를 먹이겠다고 우기셨던 것이다. 배추를 길러서 김장꺼리를 장만해 주시면 부대비용이 훨씬 더 들어갔다. 기르며 고생하신 노고와 나는 휴일까지도 반납하여 공부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던 시절이라 시골에 내려가서 일손을 거들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였음에도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어머니를 찾아가야 했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조금만 서운해도 전화를 하여 호통을 치시곤 했다. 그럴 때는 정말 짜증이 나고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가볍게 생각했던 불효 막급했던 지난날들이 정말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주역’의 한 부분을 음미해 본다.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리니, 집안을 바르게 함에 천하가 안정되리라.(父父 子子 兄兄 弟弟 夫夫 婦婦而家道正 正家而天下 定矣)” 하였다.

아버지의 덕목은 자애로움(慈)이며, 자식의 덕목은 효도(孝)이다. 남편의 덕목은 온화함(和)이요, 아내의 덕목은 유순함(順)이며, 형의 덕목은 우애로움(友)이요, 동생의 덕목은 공손함(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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