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무 승 군서면 양장리生 전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주)투어2000여행사 대표 재경 영암군향우회 회장 현 서울시 관광인 명예시장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온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빗장을 걸고 사람 간 교류와 이동을 억제하고 있다. 이동과 교류가 핵심인 관광산업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관광산업은 전대미문의 초대형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여행사·항공사·호텔 가릴 것 없이 단축 근무에 유·무급 휴직·휴업, 구조조정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3월 4일 현재까지 터널의 끝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제도적 맹점에서 비롯된 혼란과 혼선까지 불거져 소비자는 물론 관광사업자까지 모두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 참에 정비할 것은 정비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취소 수수료(위약금)를 둘러싼 갈등이 압권이다. 예식·공연 등 사회 각 부문에서도 예약취소와 환불 요청이 빗발치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행의 경우 국내외 항공사를 비롯해 해외 호텔과 관광지까지 수 많은 주체들이 관련돼 있어 취소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1월 20일부터 2월 27일까지 산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위약금 관련 민원건수는 1천788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3배 수준에 달했다.

우리 정부나 상대국 정부가 입국을 제한·금지한 경우에는 취소 수수료 없이 여행상품·항공권 등을 취소해주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문제다. 여행약관에서는 천재지변, 전란, 정부 명령 등의 상황에서는 소비자와 여행사 양측 모두 별도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 대부분은 이번 코로나19가 그에 해당한다고 보는 반면 여행사들은 이에 부정적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여행사는 항공사와 호텔이 위약금 면제를 결정해야만 소비자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여행사가 ‘취소 수수료 수익’ 올리기에 눈이 멀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논스톱 직항편이 아니라 도중에 해외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편의 경우 최종 목적지와 중간 경유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구간별 항공권 취소 수수료 적용여부가 달라지기도 하는 등 경우의 수도 많아 소비자와 관광사업자 모두 진을 빼고 있다.

공정위도 이런 사정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행계약의 경우 민간영역의 계약인 만큼 모든 취소·환불 요청에 대해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에 머물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 논쟁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소비자와 관광사업자 모두 수긍하고 만족할 수 있는 취소·환불 수수료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해야 하고, 기존의 규정 역시 보완할 게 있다면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항공편 결항이나 운휴, 스케줄 조정 등에 따른 혼선도 크다. 국내외 항공사 할 것 없이 운항을 중단하고 축소했으며 조정했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정상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항공사들의 일방적이고 임박한 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여행사가 감수해야 했다. 여행을 망친 소비자는 피해보상은커녕 현지 호텔 취소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으며 여행을 포기해야 했으며, 여행사 역시 항공사로부터 그 어떤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소비자들의 항공권 취소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항공사 이용약관이 지나치게 항공사 이익 위주라는 지적이 높았던 만큼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예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있었던 법·제도적 미비함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한 순간에 드러난 느낌이다. 단순히 비정상적 상황에서 벌어진 단발성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고, 향후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또 다른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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