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미사 말미에 신부님이 전교에 대해 말씀했다. 예년과는 달리 세밀하고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우선 미사 전, ‘입교를 위한 전 신자들의 기도’를 하여 주님의 마지막 유언을 되새겨 보자고 하였다. 레지오 단원들은 예비신자를 물색하여 ‘입교자 봉헌카드’에 이름을 올려 하느님께 봉헌하고, 그들을 입교시켜 세례받을 때까지 기도하며 정성으로 돌보아 새 식구로 만들자 했다.

한 눈에 확 띄는 입교홍보 전단지도 제작하여 주보에 끼워 신자라면 누구나 전교하도록 활동꺼리를 주셨다. 교황님의 초상이 들어 있는 대형 입교안내 포스터를 제작하여 대중이 많이 다니 곳에 부착하도록 하였다. 입교식이 있을 몇 주 전부터는 주일 아침부터 액션 단체에서 성당마당에 예비자 접수대를 설치하고 환영했다. 예비자 가슴에 꽃과 명찰을 달아주고 성당 안으로 친절히 안내하여 미사에 참례토록 하였다.

나도 가족들을 전교하고 싶었다. 며느리들이 선뜻 응해 줄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던 지난 어버이날 가족 식사모임이 있었다. 괜히 잘못했다가 강제성을 띤 입교는 오히려 시부모와의 갈등이 생길 것 같아 망설이다가 작은 며느리에게 슬쩍 말을 꺼내 보았다. “작은 아가! 다가오는 19일 날, 성당에서 예비자 입교식이 있는데...” “예, 아버님! 형님과 함께 이번에 입교하기로 맘먹고 있어요. 애들도 함께 하느님 자녀가 되기로 약속해 두었습니다.” “어휴! 그래, 정말 고맙구나! 그럼 한꺼번에 네 명이나 입교를 하게 된다는 말이냐? 어버이날 선물치고는 최고의 선물이구나!”

성가정 꿈의 일차 관문을 통과한 기분이었다. 조금 늦게 참석한 큰 며느리는 우리가 세례받으면 애비도 냉담 풀고 신앙생활을 하기로 약속했단다.

드디어 입교식 날이었다. 우리 쁘레시디움이 교통 봉사일이라 성당 입구에서 차량 안내를 하고 있는데 큰 며느리 승용차가 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때, 2학년 손녀 서윤이가 차 문을 내리고 할아버지를 부른다. 몇 분 뒤, 길 건너편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 수현이도 나를 부르며 뒤뚱거리며 달려왔다. 우리들은 성당 마당에서 서로 껴안고 동동 뛰며 반가워했다. 손녀, 며느리들과 함께 미사를 참례하고 입교자 환영식이 있었다. 예비자들을 신자들 앞에 소개했다. 우리 며느리, 손녀 네 명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입교자 숫자는 32명으로 어느 때보다 늘었다. 모두 열심히 교리 공부해서 영세받기를 기원했다.

나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어려운 가정을 꾸렸다. 어머니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가정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을 의지하면서 시골 공소회장으로 레지오 활동과 전교에 힘쓰시다가 선종하실 때는 레지오장으로 담양 천주교 성지에 모시게 되었다. 나는 1983년 영세 후, 지금까지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으나 자식들은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냉담을 하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늘 서운했다. 불혹이 넘은 자식들을 억지로 성당으로 끌고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며느리들에게 전교의 불씨가 앉는다면 아들들과 딸들까지 냉담을 풀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래서 금년 입교 기회만큼은 놓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작년부터 새로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팔만대장경의 목판을 조각하여 외적을 물리칠 백성들의 정신을 한 곳으로 모은 호국승려들처럼, 자식들의 전교를 위해 성경을 필사하기로 맘먹었다. 지금도 틈을 내서 열심히 쓰고 있다. 매일 묵주기도 지향도 ‘자식들의 입교와 회두를 위하여’ 바치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전쟁의 환난을 겪었던 내 고향 영암유족들을 아내와 함께 찾아가서 위로하고 법적으로 필요한 증인들의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공증을 받는 봉사활동을 2년째 하고 있으며 350여명의 회원들을 관리하는 회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이 낳은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은 히트곡을 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져 술과 마약으로 살 때 태어난 아들이 ‘코너’였다. 그는 아들을 위해 새 삶을 살아 보려고 애썼으나 매번 실패하고 결국은 별거한 아내와 아들이 살게 되었다. 크게 반성한 그는 술과 마약을 끊고 아들과 만나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아들은 ‘I love you’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아빠를 기다리다가 베란다에서 추락해서 죽는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무엇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밭에 묻힌 보물과 같다’라고 했다. 밭을 갈다가 보물을 얻으려면 자기가 가진 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사야 한다. 이렇듯 하늘나라의 행복을 얻으려면 자기의 재산을 팔아야 한다. 하늘나라의 행복을 얻으려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음을 희생하신 내 어머니의 기회비용으로 우리 가정을 고목에서 새싹이 돋게 했고, 우리 부부 또한 내 자식들을 위해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에 기회비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성탄절에 세례받은 내 자식들 또한 참 주님을 알아 모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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