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농협을 비롯한 업종별 조합들의 결산총회가 잇따르고 있다. 농협 등 조합의 정기총회는 전년도 결산감사보고, 결산보고서 승인, 새해 농협사업 설명 및 예산확정, 임원선거 등 전년도 사업의 결산과 새해 사업계획 및 수지 예산을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 때문에 조합마다 건전결산을 위한 조합경영에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마련이다. 보다 많은 이익을 내 조합원에게 배당을 많이 해주고 환원사업도 많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에 치중하다 보면 장사 논리에 빠져 조합의 역할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주지하다시피, 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이에 따라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사업을 비롯해 농가가 필요로 하는 영농자재나 생활 물자를 싼값에 공급하는 사업, 농업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농촌지역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사업, 조합원의 교육지원과 복지후생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조합 살림을 잘 꾸려 많은 이익을 냈더라도 조합원들의 아픈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즉 장삿속으로 조합을 경영하다 보면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회의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얼마 전, 농협중앙회장 선거로 당선된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사에서 ‘농토피아’ 구현을 외쳤다고 한다.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민이 존경받는 ‘농토피아’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일 뿐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한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협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역시 난망하다는 이유다. 농협 개혁은 선거철이나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지만 제대로 이뤄낸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농민들은 아무리 땀 흘려 농사지어도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 조합원은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농협직원은 고액 연봉과 성과금 잔치를 벌인다면 과연 누가 얼마나 이해를 할까.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