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석 주 덕진면 운암리生 전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장 전 영암군농협쌀조합법인 대표이사 농우바이오 이사·감사위원장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마치고 노래방에 갔다. 취기가 도는 고향 초등동창들은 너나 없이선곡을 하고 고성방가가 이어졌다. 내 차례가 되어 마이크를 잡고 박상규의 ‘친구야 친구’라는 노래를 완창했다. 고음 부분을 소화하지 못해 목이 아팠다. 그러나 친구들이 큰 박수로 성원하고 이름까지 연호하며 앵콜을 청해주니 자신감도 생겼다. 친구들도 다 아는 초등학교 3학년 성적표에 음악은 ‘양’ 부끄러운 꼬리표였다. 어머님께서 노랫가락 한 소절 부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 ‘본촌댁’ 셋째로서 “노래는 타고난 내림이 있어야 한단다”라는 말씀에 위로받고 묵음의 세월을 감내해온 터에 이렇게나마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작년 10월이었다. 어머님의 기일에 추도를 마친 큰형님은 갑자기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노래방이라니’하며 반신반의하였으나, 장난기 많은 조카들의 등 떼밀림으로 성사되고 말았다. 형님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박자 음정 무시하고 완창하신 후 연거퍼 세 곡을 더 불러 우리를 놀라게 하셨다.

“동생들, 제수씨, 조카들 들으세요. 우리 집안은 노래 재주가 없어 나는 이제껏 노래 부르는 자리만 가면 노래 대신 벌금으로 때웠는데 이 나이 먹도록 남 하는 것을 못해 본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오기가 생기지 않겠어요? 생각 끝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두 곡을 부를 수 있는 동네 ‘코인노래방’을 다니면서 연습하여 이 정도 실력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하여 박장대소한 일이 있었다. 어머님 기일에 대반전을 일으키신 형님의 일탈에서 “나도 노래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노래방 출입 역사는 긴데 그때마다 마이크는 잡지 않고 뒷자리에 앉아 늘 땅콩과 캔 맥주만 축냈으니 아직도 노래는 ‘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0년대 초 부산지역 출장길에는 의례 ‘가라오케’라는 데를 갔다. 그 당시는 작은 모니터 화면에 노래가사 자막이 나오고 영상이 없는 상태에서 반주만 나왔다. 이후 서울에 상륙한 노래방은 불길처럼 전국에 번져 2017년에는 3만5천900여 개소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마이크를 이용한 에코음향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초대형 화면에 가사와 걸맞는 동영상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은 ‘코인노래방’도 늘어나는 추세다. 온 국민이 전업가수 뺨치는 가수가 된 데는 노래방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노래와 관련해서 올 한해 두 사람 ‘송씨 남매’가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송가인’이라는 무명의 가수가 일약 톱가수에 등극하는 이변이다. 무속인인 어머니의 유전자가 내림이 되었는지 그녀가 내뿜는 ‘용두산아~ 용두산아~’의 노랫가락은 우리의 정서에 깔려 있는 한(恨)을 여과 없이 뱉어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또 한 사람은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TV프로 진행자 송해 선생이다. ‘전국~’하면, 청중은 ‘노래자랑~’하고 외치는 전국 노래자랑!. 1980년 첫 방송이래 오늘까지 이어지고 올해 93세인 그는 36년을 계속하여 재치와 순발력 넘치는 진행으로 노령사회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건강 아이콘이 되고 있다.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까지도 건강한 나의 우상이다.

예향인 우리 고장 영암은 김창조 가야금산조 창시자와 한성기 김죽파 김병호 등 3대 명인이 배출되었다. 가요계에도 왕년의 톱 가수 ‘여고시절’의 이수미를 비롯하여 ‘땡벌’을 히트시킨 강진, 국민가수 하춘화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월출산 기찬랜드에는 ‘가야금산조기념관’이 있고 최근에는 ‘트로트 가요센터’가 문을 열었다. 음악과 관련하여 인물과 시설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다. 영암인의 핏속에는 예와 악이 있고, 월출산 깨금바위 자락에는 초현대식 노래 마당까지 완비되었다.

백세시대를 살아야 하는 명제로 가장 우선이 건강이다. 황톳길 맨발 걷기는 기본이고, 흥겨운 노랫가락 속에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 군은 ‘트로트 가요센터’에 노래방을 많이 설치하여 날마다 읍면이나 마을별로 돌아가며 무료 개방하기를 제언한다.

지역 사회단체는 다달이 노래자랑 경연을 벌이고 최종결선은 가을철 국화축제에 맞춰 출향인을 포함한 모든 영암인들이 참여하는 ‘영암군민 노래향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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