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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고뇌(苦惱)
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천주교에서는 11월을 세상 떠난 부모, 친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치며 자신의 죽음도 묵상해보는 달로 정하고 있다. 나는 11월 18일 월요일. 한국전쟁 전후, 공권력에 의해서 희생되신 민간인 940여 명의 영혼을 달래 드리기 위한 영암군합동위령제를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봤다. 엊그제는 우리 레지오(성모님 군단) 단원 여덟 분을 모시고 효천에 있는 천주교 공동묘지를 찾아가 먼저 선종하신 신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연도를 올렸다. 참배예식을 마치고 단원 단합을 위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인생이란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한 해, 두 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자꾸만 죽음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비운의 운명을 안타까워 해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봄이 되기 전부터 나무에서 나온 싹은 차츰 자라서 가을이 깊어지면 마침내 단풍이 되어 낙엽으로 떨어진다. 잎이 떨어지는 것이 얼핏 슬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나무가 해마다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만큼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축복일 것이다. 우리들의 죽음 또한 후손들을 영원히 살게 하는 희망이며 필연의 과정이다. 사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보다도 죽어서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뭇잎이 떨어져 거름이 되어 다시 잎으로 되기도 하겠지만 사람은 과연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죽으면 그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 내생(來生)이 있어서 사후(死後)를 믿는다. 두 가지 논리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전자가 옳다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파스칼은 ‘내세가 있다고 믿고 살다가 만약에 살아생전 선행하여 천국에 든다면 땡잡은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믿는다.’라고 말했다.

유교에서는 죽음을 천지만물이 음양(陰陽), 오행(五行)이라는 기(氣)의 집합으로 생겨나고, 또한 그 기가 흩어짐으로 없어진다고 했다. 사람도 기의 모임으로 태어났다가 그 기의 흩어진 현상이 바로 죽음이라고 했다. 내세를 믿지 않는다. 다만 자손을 통해 대를 이어 영생의 욕구를 대신한다. 자선(慈善)을 해야 후손들이 복을 받는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다른 삶의 시작이며 종말이 아니라 본다. 전생의 업보에 따라 금생(今生)에 태어나서 다시 업을 짓고 죽으면 그 업과(業果)에 따라 내세가 열리지만 반드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 각자 자기가 지은 업보에 따라 윤회유전(輪廻流轉)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업(善業)을 닦고 내세를 예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형태라고 강조했고, 이타행(利他行)을 해야 극락세계에 간다고 하였다.

기독교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고 살리라.”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이다. 영생과 부활을 믿는 종교이다. 하느님을 믿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다 죽으면 육신은 썩어 사라지지만 영혼은 하늘나라에 올라가 영원히 산다고 믿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천당에 간다고 했다.

죽음을 이처럼 어느 종교관이 옳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믿음의 문제이고 믿음을 전제로 하는 종교의 고유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각기 방편은 다르지만 목표는 오직 하나, 현세의 삶을 바르고, 의롭고, 착하게 살라고 하는 지고지순(至高至純)한 가르침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마지막 문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결국 죽어야 하고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리고 나서는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죽음, 심판, 천당, 지옥을 천주교 교리문답에서 사말이라 불렀다. 윤정중 신부님 사말의 노래 끝부분을 소개한다.
 
그날그날 우리의 일거일동은 영원에로 넘어가 예금이 되오
연옥에나 지옥에 형벌도 되며 하늘나라 진주나 황금도 되오
무정할사 세월은 흐르고 있네 공로세워 천복을 싸올리든지
범죄하여 후세벌 장만하든지 무정할사 세월은 흐르고 있네
무심하게 하루를 지내는 동안 예금고는 저기서 오르고 있네
예사로운 일이라 등한하겠오 우리앞에 예금이 달라지는걸
오늘하루 사는건 큰 은혜이요 이세상에 티끌을 알뜰이 모아
황금이나 진주로 변작하여서 부지런히 천국에 예금합시다
쉴새없이 천공을 달리는 지구 그속도는 포탄에 사오배라네
우리 죽음 결국은 이런 속도로 우리가슴 겨누고 돌진해오네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거든 그하루를 최후로 생각들 하고
밤이 되어 자리에 눕게 되거든 임종하는 자리로 준비들 하소
주 성모는 우리를 굽어보소서 이세상에 천만 번 태울지라도
후 세상엔 우리를 용서하소서 후 세상엔 우리를 용서하소서

신중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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