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효친(敬老孝親)은 우리 민족의 가정과 사회의 미풍양속으로 뿌리 깊게 지켜오고 있는 민족정신이다.

그리고 이를 근간으로 가족과 친족·이웃 간의 연대의식을 더욱 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심각하고 극단적인 문제들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정신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가 근대화·산업화되고 전통적인 가족구조의 해체과정을 겪으면서 점차 핵가족화 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부모의 가부장적인 권위는 실추되고 사회에서 노인들은 무능한 존재로 전락하고, 조상숭배 사상도 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핵가족화로 고유의 전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시제’를 문화축제로 승화시켜 3~4대가 함께 모여 친족 간 우의를 돈독히 다지고, 어른들에게는 효도를, 형제자매와 자식들에게는 사랑과 우애를 도모하는 문중이 있다는 보기 드문 소식이 전해진다.

주인공은 서호면 성재리 전주이씨 완창대군파 안양군 정백(挺白) 후손들이다.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조문화축제를 올해로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전주이씨 완창대군파 정백 후손들은 2012년 선조들의 납골시신을 안치한 영안당 건립을 계기로 해마다 4월 둘째주 토요일 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고 한다.

종중 납골시설인 영안당은 설 명절이나 추석, 기일 때면 묘소를 찾아 조상님들께 성묘하던 번거로움을 덜고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는 현 시대의 장례문화를 일찍이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영안당 건립은 많은 종원들의 후원성금으로 이뤄졌으며, 코스닥 상장기업 ㈜천보 이상율 대표의 경우 5천만원을 희사한 것으로 알려져 종원들의 우의가 남달라 보인다. 후손들은 납골시신 1기당 100만원을 내고 영안당을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기가 안치돼 해마다 시제문화축제와 함께 합동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민족의 역사 속에 뿌리 깊게 함께해온 경로효친사상이 퇴색되고 훼손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조상께 시제의식을 갖고 윷놀이, 보물찾기, 장기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시제문화축제’를 갖는 것은 다른 문중에서도 본 받을만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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