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보기 드문 ‘시제’를 ‘문화축제’로 승화
7년 전 종중 납골시설 건립…‘장묘문화’ 선도
3대가 모여 합동제사 ‘경로효친’ 사상 고취해

핵가족화로 고유의 전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시제’를 문화축제로 승화시켜 종원 간 우의를 돈독히 다지고, 어른들에게는 효도를, 자매형제와 자식들에게는 사랑과 우애를 도모하는 문중이 있어 화제다.

전주이씨 완창대군파 안양군 정백(挺白) 후손 200여명은 지난 4월 13일 서호면 성재리 마을 뒤 양지등에 마련된 영안당에서 시제의식을 갖고 윷놀이, 보물찾기, 장기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제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7년째 갖는 이날 행사에는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에 흩어져 사는 완창대군 정백 후손들이 어린 손자손녀들까지 데리고 나와 전통 시제의식을 치르고 경로효친에 대한 유교문화를 전수하며 우애를 다졌다.

시제가 끝난 후 푸짐하게 마련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윷놀이, 보물찾기, 축문경연대회, 경로효친 퀴즈대회, 장기자랑, 행운권 추첨 등을 통해 자손들 간 화합을 다지는 뜻깊은 행사가 5시간여 진행됐다.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조문화축제를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완창대군 정백 후손들은 서호면 성재리를 중심으로 집성촌을 이루고 있으며, 2012년 선조들의 납골시신을 안치한 영안당 건립을 계기로 해마다 4월 둘째주 토요일 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특히 종중 납골시설인 영안당은 설 명절이나 추석, 기일 때면 묘소를 찾아 조상님들께 성묘하던 번거로움을 덜고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는 현 시대의 장례문화를 일찍이 선도하고 있다.

영안당 건립은 많은 종원들의 후원성금으로 이뤄졌으며, 코스닥 상장기업 ㈜천보 이상율 대표의 경우 5천만원을 희사했다.

완창대군 정백 후손들은 납골시신 1구당 100만원을 내고 영안당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100여기가 안치돼 해마다 시제문화축제와 함께 합동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날 시제의식에 앞서 서호사 제각과 영안당 건립에 기여한 고 이종곤 종원의 공적비 준공식과 이봉호 종원에 대한 감사패 전달도 함께 있었다.

축제의 목표는 종중 및 출향인들이 함께하는 경로효친과 시제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친환경농산물을 지역특산물로 상품화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문화 전수와 주민소득 증대는 물론 ‘영암관광’의 명소화를 추진한다는 의미 있는 계획도 갖고 추진하고 있다.

이점식 성재리 시조문화축제추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시제축제의 장을 만든 것은 종교적,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시제라는 문화가 쇠퇴되어 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후손에게 제사문화가 어떤 교훈을 남기는가를 깨우쳐주기 위해 만든 자리이다”면서 “시제문화는 조상숭배라는 이유를 통해 사랑과 효도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