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왕인문화축제 학술강연회’

왕인박사와 관련한 많은 연구 성과가 축적돼 있으나 각종 기록이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흩어져 있어 관련 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 체계화된 자료의 집합)로 편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허경진(연세대) 교수는 4일 오후 2시 왕인박사유적지 영월관에서 열린 ‘2019 영암왕인문화축제 학술강연회’에서 “영암군은 1997년부터 20년 넘게 왕인문화축제를 개최, 학술대회에서 방대한 분량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다.”면서 “그러나 왕인박사에 관한 기록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이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또 왕인박사 기록 데이터베이스 편찬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왕인 연구의 베이스캠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영암군문화시설사업소 홈페이지에도 왕인박사 연구자료가 제공되지만, 본격적인 연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천년 넘게 기록되고 전승돼 온 ‘왕인박사기록’을 집대성하여 검색하기 좋은 상태로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면서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일본학자와 시민들까지 영암 왕인박사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게 되면 왕인박사가 꿈꾸었던 한일문화 교류가 한걸음 앞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이어 “데이터베이스는 종이책과 달라서 잘못된 내용도 곧바로 수정할 수 있으며, 외국인들도 가상 전시관에 들어와 왕인박사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며 “번역 뿐만 아니라 원문기록도 함께 편찬하기 때문에 일본 학자들도 인터넷 공간에 들어와 우리나라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광순(대한민국학술원) 교수는 ‘조선 통신사와 왕인박사의 만남’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에서는 5세기말 이후 18세기 초까지는 문수(文首), 서수(書首), 혹은 가부(歌父)로 추앙받아, 일본의 4대 성현중의 한 분으로 존경받던 왕인박사가 19세기말,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때로는 조공품처럼, 때로는 투항한 귀화인 취급을 받아오다 중·일 전쟁이후 제2차 대전의 종말까지 ‘내선일체(內鮮一體論)’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의 상징으로 변질, 표면상으로는 존숭의 념(念)을 나타내지만, 내심은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즉 일본에서의 왕인 인식은 일관되지 않고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꾸 변해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그렇게 자꾸 변하는 중요한 이유는 8세기 초, 일본 최초의 정사(正史)라 일컬어지는 ‘일본서기’가 이른바 소중화 사상에 기한 번국사관을 바탕으로 편찬된데서 연유한다”며 “해방 후, 오늘날은 ‘왕인 지우기’가 대다수 일본인들의 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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