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휴대전화의 음악이 경쾌했으나 모르는 전화번호라 망설이다가 주차를 잘못해 놓았다는 전화일지 몰라 성큼 받아보았다. “저는 S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L수사관입니다. ○○○씨지요?” 검찰청이라니 깜짝 놀라서 응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번호가 ○○이고, 모 초등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지요?” “그렇습니다만...” “김 아무개라는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잘 모르는 사람인데요.” “그가 선생님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1억2천만원을 대출해 갔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해 200여명의 정보로 사기대출을 했습니다. 그는 필리핀에서 불법도박을 하다 체포되었습니다. S지방검찰청 수사대가 대출받은 금액 일부를 국고로 환수시켰어요. K은행과 J은행에서 대출하여 이 사람에게 준 사실이 있으신가요? 지금 대화내용은 전부 녹취되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선생님의 사기 대출건은 막을 수도 없고 피해가 더 커집니다. 이미 선생님의 정보가 유출되어서 또 다른 피해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K은행 7천800만원, J은행에서 4천200만원 불법 대출사기, 사건번호는 2016호 7천736번입니다. 지금 선생님을 소환하여 수사를 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유선 상으로 간이 종결을 하려고 그럽니다.”

“전화하신 분의 번호로 제가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으나 조금은 맞는 정보도 있는 것 같아 황당한 마음을 감추고 침착하게 응대했다. “검찰청에서 할 일 없어 이런 전화를 하겠습니까?” 뜸을 들이더니 검사실 내선으로 연결한다고 했다. “저는 S지방검찰청 H검사입니다. 금방 L수사관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서 아시겠지요. 더 이상 사건이 번지지 않도록 조치하기 위해서 그럽니다. 어디까지나 선생님을 돕고자 하는 일입니다. 공문을 보낼 테니 메일주소를 알려 주세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왜, 의심스럽습니까? 대한민국 검사가 할 일 없어 이런 전화를 하겠어요? 국고가 선생님 이름으로 유출되었다니까, 그러시네.” “내가 유출했나요? 확인해보고 연락할게요.” “집 전화로 연락하시고 휴대폰은 끊지 마세요.”

눈치를 챘는지 영장 받고 검찰청으로 출두하겠냐고 강하게 다그쳤다. 전화를 끊지 않고 아내를 불렀다. “여보!! 김 아무개란 놈이 내 이름으로 1억2천만원 대출사기를 쳤다는데, 빨리 와서 이 번호로 전화해서 확인해 봐요!” 아내는 깜짝 놀라며 급히 전화를 하니 정말 S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전화를 받는다고 하면서 놀라지 말라고 당부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전화번호 뿐만 아니라 검사, 수사관 이름, 위조공문,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속이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조심하십시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주고받는 동안 황당했으나 거짓으로 밝혀지고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왠지 기분이 씁쓸하기만 했다.

 또, 몇 년 전 집무실에서 전화 신호가 울려 친절하게 받았더니 난데없이 모텔에 간 일이 있냐는 것이었다. 들어갈 때 차번호를 사진 찍어 놓았다는 것이다. 내 차종이 무엇이며 차번호, 날짜와 시각을 대라고 하니 꼬리를 내리며 죄송하다고 했다. 호통을 치고 끊은 일이 있었는데 매우 마음이 불쾌했다. 공공기관에까지 이런 전화를 하다니…

본지의 3월 22일자 4면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보이스피싱범 검거유공 금융기관 직원’을 영암경찰서에서 표창하여 지역민의 귀감이 되었다. 금융기관 A씨는 지난 3월 8일 오후 CD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현금 5천만원을 CD기에 입금하던 피의자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여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금 3천600만원을 회수하는데 기여한 기염을 토했다. 

또 다른 금융기관 직원 B씨는 지난 2월 28일 은행창구에서 카카오톡 문자를 보면서 송금을 의뢰하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피해자(51세, 여)에게 송금 의뢰자가 누구인지 물어본 뒤, 그의 아들과 직접 통화하여 600만원의 피해를 예방한 사례였다. 꼭 내 부모님의 일 같기만 했다. 낭주골에서 선량한 농민이 큰 피해를 당할 뻔한 사건이었는데 이를 슬기롭게 해결한 미담의 주인공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나는 계좌번호나 피해 입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내 이름, 주민등록 번호, 근무처 등을 알고 있었으니, 블러그와 카페에서 정보가 유출되었을지 몰라 몇 년 동안 모아두었던 귀중한 자료들까지 깨끗이 삭제해 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이런 레퍼토리의 전화가 왔으나 이젠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처음으로 접한 시골 노인들은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리고 만약 피해를 입는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보이스피싱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대출 처리비용 등을 이유로 선 입금을 요구하거나, 저금리, 정부지원 대출상품이 가능하다며 선입금을 요구할 때,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안전계좌로 이체를 요구할 때, 계좌 비밀번호, 인증서 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가족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할 때는 당황하지 말고 바쁘다고 무조건 전화를 끊고 국번없이 112, 118, 1132로 신고해야 한다.

“난,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아” 장담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똑똑한 기관장도 수억을 당하는 요지경 세상이 아닌가, 전자상의 거래가 성행하는 앞으로의 시대에서 이런 수법보다 훨씬 더 깜빡 속아 넘어갈 사기꾼들이 넘쳐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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