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미 학산면 광암마을 생 영암낭주중 25회 졸업

방황하던 시간과
산기슭 돌아나온 바람이 머물던 곳
고향은 거기에 있었다.

수건을 머리에 두른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들판에서 소를 몰며
지게에 노을을 짊어진 아버지가
한가한 걸음으로 집으로 오시던 곳
거기가 고향이었다.

친구들과
낮엔 천렵도 하고
밤엔 수박서리 하던 곳
소녀의 가슴엔
빠알간 봉선화물이 들던 곳

한가한 나무들
꾸불텅꾸불텅 아무렇게나 자라고
이름 모를 들꽃들
자기에게 관심가져 달라고
서로 서로
진한 향기 뿜어내던 곳

흐르는 시냇물
지루한 시간을 못 견뎌
한가로이 여울을 만들던 곳
거기 고향이 있었다.


텃밭 마구 파헤친 닭
버릇 고쳐 주겠다며
멍멍이
정신없이 종일 쫓아다니고

반듯한 길이 싫다고
화려한 조명이 싫다고
반딧불이
어둠속을 아무렇게나 날던 곳
그곳이 고향이었다.

모깃불 피운
평상에 둘러앉은 가족들
군감자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나눌 때
어둠 속 저 편 별빛이 부러워
몰래 엿보며 내려다보던 곳

편안함, 따뜻함
그리움, 추억
가족, 친구들

바람과
시간과
구름이 머물던 곳
고향은 거기에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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