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광주시 미술대전(서예) 초대작가

주일미사 독서 내용입니다.
『체로 치면 찌꺼기가 남듯이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 드러납니다. 옹기장이의 그릇이 불가마에서 단련되듯이 사람은 대화에서 수련됩니다. 나무의 열매가 재배과정을 드러내듯이 사람의 말은 마음 속 생각을 드러냅니다. 사람은 말로 평가됩니다.』신부님은 “무력폭력보다 언어폭력이 훨씬 더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파고 그 상처가 오래갑니다.”하고 강론을 이었습니다.

몇 주 전에 황당한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사실이 아닌 오해가 빚어낸 말의 연속이었습니다. 내 가슴을 도려내는 무시무시한 언어폭력이었습니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일상의 일을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물만 마셔도 전부 사하고 정신은 몽롱하여 삭여지지 않아 잠을 잘 수도 없었고, 탈진상태가 되었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고 링거와 진정제를 맞아 며칠 만에 정상을 되찾았으나 지금까지도 마음은 평화롭지 않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K신부님의 ‘살아 있는 피리’ 수상집 이야기 한토막이 떠올랐습니다. 사이 나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있었는데 사사건건 트집 잡아 입에 담지 못할 고약한 말로 간섭하고 동네사람들에게 며느리 흉을 보았습니다. 이를 참지 못한 며느리는 분노와 미움이 가득 찬 끝에 독한 마음을 먹고 의원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독살할 약을 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이 약을 한꺼번에 드리지 말고 일 년 동안 나누어서 매일 떡에 섞어 드리면 늙어 죽듯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의원의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이튿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일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시어머니는 그 효성을 믿지 않고 더 극성스럽게 며느리를 가십하고 심술을 부렸으나 변함없이 찹쌀떡을 정성껏(?) 대접하니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약했던 시어머니도 급기야 며느리를 칭찬하는 말로 동네에 소문을 내어 고부간 갈등이 점점 해소되어 갔습니다.

드디어 일 년이 가까워졌습니다. 미움이 없어진 며느리는 자기의 불효막심했던 죄를 뉘우치면서 다급히 의원을 찾아가 이번에는 시어머니 몸에 든 독을 없애기 위한 약을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의원은 웃으며 “아무 걱정 마시오. 그 때 그 약은 밀가루이었소.”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격언처럼, 우리에게 미움이 싹틀 때 오히려 사랑과 자비로 보상해 준다면 결과는 선으로 끝날 것입니다. 미움과 질투는 하면 할수록 더 커져서 미움은 미움을, 질투는 질투를 낳아 상처받고 자신이 파멸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부부가 싸움을 하면서 남편이 “입 다물어!” 그 말 한 마디에 30년 동안 아내는 입을 열지 않았다니…, 상대방을 비방하는 한마디의 말은 평생 동안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 중에서도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나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말, 사실을 부풀어 비방하거나 욕하는 것입니다. 대게의 송사는 상대방의 약점을 노려 있지도 않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거짓말을 퍼트리는 일이 아닐까요? 당하는 사람은 너무 괴롭고 무서운 일입니다. 한 번 들을 때는 아니겠지 했다가도 그 말을 자주 듣게 되면 혹시나 사실이 아닐까? 어떤 몰지각한 정치인은 말 한마디 툭 던져 온 국민의 마음을 들끓게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가짜뉴스들은 나라가 망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듯,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음 주, 13일에는 우리 고장에 농협조합장을 뽑는 날입니다. 그 직책이 무엇이기에 그렇게도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서로 죽기 살기로 당선되기 위해 상대를 비방하고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 선거판을 흐리는 출마자들이 있습니다. 금품을 수수하고 상대를 모함하며 갖가지 없는 말을 지어내어 자기를 유리하게 하여 당선되려고도 합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는 상대를 헐뜯는 말과 비방을 하지 않고 자기의 진실한 포부와 비젼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인물을, 자기 잇속보다 우리 지역 농민의 손과 발이 되어 살기 좋은 영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농담 따먹기 일화는 유명합니다. 군신(君臣)간, 격 없는 대화를 하기로 해, 이성계는 무학대사에게 “이 돼지 같은 놈아!” 그에 답하여 “부처님 같으신 분.” 하니, 이성계가 나는 대사에게 격이 없이 농담을 했는데? 왜, 그렇게 답 하느냐 하니, “부처 눈에는 상대가 부처로 보일 뿐…,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상대의 눈 속에 있는 티만을 지적하는 것은 위선자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말을 내어 놓습니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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