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신축 허가에 반대하는 학산면 묵동마을 주민들의 외침이 절절하다. 지난 20일에는 군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최근 묵동마을 주민들이 영암군수와 영암군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낸 탄원서에는 환경재앙에 처해 있는 묵동마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기존에 21개의 축산농장이 자리 잡고 있는 마을에 최근 7곳의 돈사허가 신청이 영암군에 접수돼 묵동주민들은 물론 인근 마을 주민들도 극도의 불안과 걱정 앞에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젖소·흑염소·돼지· 닭오리 등 5만 수가 넘는 가축이 사육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7곳의 돈사 허가신청이 접수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주민들이 영암군에 민원을 제기하고 연초부터 1인 시위를 벌이다 최근에는 탄원서를 내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동네 맞은편 흑석산 골짜기는 석산개발로 10년간 발파음과 분진을 뿜어낸 뒤 폐쇄되었는데 회복 불가능한 파괴의 흔적을 남겼고, 밤재 저수지 상류에 들어선 FRP 조선소는 바닥까지 맑아서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했던 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킨 뒤에야 자리를 떴다고 한다.

게다가 쉴새없이 비닐탄내를 뿜어내는 로프공장도 주민들을 지독한 두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태양광 열풍이 몰아치면서 수려한 풍광에다 임산자원이 넘쳐나던 산자락은 마구 깎여 나갔고 흉물스럽고 위세등등한 태양광 패널들이 마을을 에워싼 채 희번덕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아스콘 제조공장도 두 곳이나 운영 중에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개발이란 이름으로 한 마을을 이처럼 마구잡이로 유린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라고 주민들은 하소연 한다.

사실, 언제부턴가 농촌마을의 무분별한 난개발은 농촌공동화와 현상과 함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외지 축산업자들의 무차별적인 진출은 평온했던 마을을 파괴시키는 원흉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상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보금자리를 떠나고 오순도순 살아왔던 이웃과도 등지는 비극이 생기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농촌현실에서 지방자치제에 걸맞는 조례와 규칙 등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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