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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가
박 석 주

덕진면 운암리生
전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장
전 서울공판장장
전 영암군농협쌀조합법인 대표이사
농우바이오 사외이사

지난 1월 31일, 재무부 장관과 신한·외환은행장을 역임한 이용만 회장님과 오찬을 함께 하였다. 우리나라 재정금융의 산역사라 일컬어지는 회장님은 후배가 사장으로 있는 모 신탁회사의 88세 현역이시다.

재무부 이재국 근무시절 봄철만 되면 농협회장이 발이 닳도록 찾아와 농사자금 대출재원 증액을 요청하곤 했는데, 가을 수매기 때 회수하지 못해 상환이 늦어져 국가재정 운용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시며 농협이 크게 성장하여 오늘날 금융, 보험,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는데 대하여 치하와 함께 그것은 농협 임직원들의 사명감과 농심의 결과라고 말씀해주셨다.

17세에 혈혈단신 월남하여 살아온 인생역정을 지난 연말부터 1월까지 모 일간지에 연재하였는데, 그 내용을 스크랩한 책을 주시기에 받아 밤새워 읽었다. 공직자로서 사명감에 불타 열심히 일하며, 어떤 일에나 최선을 다하여 국가와 가정과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삶의 궤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필자가 1973년 3월 영암군 조합에서 첫 직장생활을 할 때 전 직원이 ‘1조 저축’이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근무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상호금융 예수금 목표 1조원을 조기에 달성하자는 캠페인이었다. 지난 연말 전체 상호금융 예수금은 316조원에 이른다. 항상 부족했던 대출 자원은 남아 넘치고 조합들은 돈을 빌려줄 곳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 당시 모 조합의 파견참사로 6개월여 근무했는데 예금규모가 몇 억 원이었고, 연쇄점 사업이란 게 고작 조합건물 한 켠에 구멍가게를 차리고 동네 부녀회에 소주와 과자, 라면을 배달하여 팔게 하고 싣고 간 생활물자 대신 보리나 벼를 싣고 와 밤새 직원들이 작석하여 이튿날 공판에 붙였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시종지역의 볏짚 가마니 수매와 새끼 수매를 잊을 수 없다. 금지마을 창고 앞마당 가마니 야적장은 건물 높이보다 더 높아 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겨울철 농한기 농가소득을 높여준 가마니 짜기와 새끼 꼬기는 역사의 장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오는 3월 13일은 중앙선관위 주관 하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일이다. 전국의 농촌지역 거리 거리마다 조합장에 뜻을 둔 인사들의 얼굴 알리기용 새해인사 현수막이 즐비하다. 1961년 2만1천여 개의 이동조합으로 출발한 지역농협은 읍면 통합을 거쳐 지금은 경제권 중심의 광역통합이 진행되고 있어 1천여 개의 대규모 조합으로 발전되었다. 사업 또한 은행사업, 농자재 공급과 판매사업 외에 보험사업, 마트사업, 주유소, 장제사업, 미곡종합처리장, 산지농산물 처리장, 가축시장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화되어, 조합원 및 지역주민과의 생활 밀착도가 크게 높아졌다. 대도시에서는 소규모 지방은행을 능가하는 규모로 발전하였다.

이번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동시 조합장 선거는 지난 2015년 3월에 이어 두 번째인데, 지난 선거의 후유증으로 867건이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사건으로 입건되고, 특히 금품수수에 의한 사건이 349건이나 법적조치를 당하고 여론의 집중조명으로 국민들의 우려와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과거 모든 선거가 이기고 보자는 심리에서 위·탈법이 횡행하고 지연·학연·혈연에 따라 표심이 크게 휘둘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조합의 경영여건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였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에 의한 정보 홍수 속에 외부 경제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고령화와 젊은 농업인의 이탈 등으로 신규 투자가 크게 감소되고 조합의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조합의 경영과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할 책임을 지는 조합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와 함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원도 모 지역 조합장은 자신의 조합을 강소농협(强小農協)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을 묻는 답변으로  “조합장은 조합 살림을 내 살림 하듯이 하지 않으면 안돼요”라며 조합장의 무한책임을 피력하였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합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며 오랜 세월 접촉해와 자질과 능력에 대하여는 훤히 잘 알고 있겠지만,

특히 다음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하여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앞을 내다보고 미래 일을 예측하는 지도자, 조합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직원들에게 솔선하는 지도자, 외부와의 소통능력과 설득력이 있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지도자,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 공사 구분이 엄격하고 정직하며 청렴한 지도자를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작금의 농촌과 농협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최근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박항서 축구 감독의 파파 리더쉽 또한 높이 꼽고 싶다. 선수들과 하나되어 스스로 낮아지는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박 감독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표상이 아닐까 싶다. 집안 살림을 맡길 상머슴을 들이는데 야밤에 떡보자기 가져와 봐달라는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겠는가? 식견과 경륜을 바탕으로 주인의 헛기침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참된 일꾼을 들여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조합원 모두의 주인의식이다. 우리 농협의 모토가 무엇이었던가?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하여’아닌가. 우리 조합원 모두는 만인을 위한 무거운 책임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올바른 사람을 뽑아 제대로 된 조합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누구도 그것을 대신할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참여는 조합원에게 주어진 최고의 권리이자 의무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을 맞아, 모든 조합원의 열화와 같은 선거참여 열기 속에 공정한 투표로 새로이 선출된 조합장을 중심으로 선거 후유증 없는 화합의 지역, 영암으로 거듭나고 희망에 찬 환호성이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석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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