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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지평 ‘어린 고향’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S누나가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던 하모니카가 평생 음악의 길로
■ 영암의 노랫말을 찾아(6)

팽나무에는 까치가 살고 소나무엔 학이
쉬던 곳
지붕 위에는 호박 영글고 뒤뜰에는 감이
익었지
월출산 고사리 피면 산나물 캐고
철쭉꽃 머리에 꽂고 다람쥐 따라
뛰고 달리고 뒹굴던 친구들
지금 나처럼 보고파 할까, 고향생각 눈물
고이네.

자운영 밭엔 병아리 놀고 솔밭에는 꿩이
날던 곳
처녀들 길쌈 잘하고 총각들은 등짐 잘 졌지
회문리 물방아 돌면 여름이 가고
풍년 뜰 두레굿 치면 가을 또 겨울
순이 갑순이 갑돌이 차돌이
지금 만나면 몰라 보겠지, 고향생각
눈물이 나네.

 

김지평 ‘어린 시절’ 고향 묘사

1991년 8월 아세아레코드사에 의해 출반된 ‘어린 고향’의 노래다. 김지평 작사, 이호준 작곡, 혼성 듀엣 베베가 불렀다. 듀엣 ‘베베’라는 명칭은 가톨릭 신자의 세례명 ‘베드로’와 ‘베로니카’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라고 한다.

덕진면 금강리 금산마을 출신 작사가 김지평은 어느 날, 작곡가 이호준을 데리고 월출산을 등반했는데, 월출산에 매료된 이호준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여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호준은 건반 악기의 고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 멤버로 활동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들은 당대 최고의 실력자로 조용필의 인기와 함께 명성을 날린 그룹이다.

영암출신 작사가 김지평이 어린 시절, 고향 영암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이 노래는 ‘월출산’과 ‘회문리’가 노랫말에 등장하는데 영암고등학교에 다녔던 김지평의 추억이 짙게 묻어 있다. 김지평은 이 노래를 녹음할 때 ‘월출산 효과’로 물소리, 새소리, 물방아소리를 입혀야 했는데, 작곡가가 녹음실에서 사라져 자신이 ‘월출산 효과’를 구성하게 됐고, 그 대가로 작품료도 받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린 고향’은 월출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등이 언제 들어도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잘 어울려 자연 친화적인 음악사상이 잘 살아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 화성 태생인 작곡가 이호준은 ‘친구여’ ‘해운대 연가’ 등의 작품을 남기고 지독한 가난과 창작과 싸우다 암으로 2012년 사망했다. 천재적인 오르간 플레이어, 국내 키보드의 1인자로 알려져 있다. 한때 월출산을 사랑했던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아직도 ‘어린 고향’으로 남아 세간에 불려지고 있다.

그대라면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
다만 한 줄기 바람처럼 스쳐가도 반가우리
서로는 못 잊을 마음이니까
철없던 그 시절 그 언약 보석처럼 빛나건만
만나지 못하는 님 만나지 못하는 님
자꾸만 자꾸만 그리워요.

만남일랑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
잠시 낯설은 남남처럼 스쳐가도 반가우리
서로는 그리운 가슴이니까
이 세상 누구도 내 맘속 이 아픔을
모르지만
내 설움 아시는 님 내 설움 아시는 님
못잊어 못잊어 못잊어요.

 

‘S누나’에 대한 추억의 노래

1982년 4월 신세계레코드사에 의해 출반된 가수 유연실의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의 노래다. 이 노래 역시 영암출신 김지평 작사가가 어린 시절 ‘S누나’에 대한 추억을 노랫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1990년 1월 고혜선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했던 이 노래는 비록 영암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지명 등 고유명사는 없지만 역시 작품배경은 영암이다. 예술가가 작품을 쓸 때 머릿속에 배경을 먼저 완성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영암출신 작사가 김지평의 어린시절 ‘S누나’와의 추억이 이 노랫말의 배경인 것이다.

김지평은 같은 동네에 사는 사촌누나가 영암읍내에 사는 누나 친구가 가끔 놀러왔을 때 자신을 불러 함께 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촌누나가 동생인 자신과 친구에게 “S누나, S동생 하라”고 주선해 주었다고 한다. 당시는 그런 일이 유행이었는데, ‘S누나·S동생’을 기념해 그날 영암읍내에 나가 기념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로 영암읍(용흥리)에 사는 누가 너무 좋았다고 고백한다. 그 누나는 헤어질 때면 살며시 안아주었고, 그는 누나를 꼭 안아보고 싶은 그리움으로 밤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누나는 항상 동생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누나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 같았다는 것이다. 누나가 하루는 그의 눈치를 챘는지 “네가 커서 생각하면 알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 때 “사랑이 아니어도 누나가 좋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또 어느 날, S누나는 보리꽃 피는 용흥리 들길을 따라 나오며 유과 몇 개와 작은 하모니카 하나를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주었다고 한다. 그 작은 하모니카는 S누나에 대하 그리움을 키우고 달래는 유일한 도구가 되었고, 나중에 음악의 길로 이끈 힘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결국 S누나에 대한 연정이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로 그려진 것이다. 작곡자 김용재(64) 씨는 역시 작사자 김지평씨와 같은 영암출신으로 음악전문 출판사 월간가요, 월간뮤직라이프 등에서 편집부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이정선 음악사’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리’ 외에 김지평 씨와 콤비로 만든 ‘인생별곡’ ‘이별연습’ ‘바보들의 인생’ 등이 있다.

이환의 전 MBC사장 부인 전순남

한편 지난 호에 연재됐던 ‘낭주골 처녀’의 작사가 전순남(86)씨는 고 전정식 전 영암군수의 누이이자 이환의 전 MBC 사장의 부인으로 알려졌다.

초수동 아래 군서면 월곡리 월산마을에 살았던 전씨는 고교시절 같은 동네에 친구를 만나러 자주 왕래했던 서호면 몽해 출신 이환의(88)씨와 나중에 사랑을 싹틔우게 됐는데 ‘낭주골 처녀’의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씨는 고향 월산마을 위쪽에 있던 초수동 범바위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기고 당시 서울대에 재학 중인 연인 이환의씨의 ‘금의환향’을 바라는 애절한 마음을 ‘낭주골 처녀’에 담아냈던 것이다.

이후 이환의씨가 MBC 사장에 취임한 뒤 대한민국의 최고의 작곡가 박춘석씨가 곡을 붙이고 최고의 인기가수 이미자가 노래를 불렀는데, 하춘화가 불렀던 ‘영암 아리랑’도 1972년 10월 한 달 간격으로 음반이 나와 고향 ‘영암’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문배근 기자  mbg1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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