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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면으로나마 ‘낭주골’에서 인사 올립니다. 금년 한 해도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한국전쟁이 휘몰아쳐 나라가 매우 혼란하고 초근목피로 겨우 삶을 영위하던 가난했을 때의 일이라서 기억하기조차 싫습니다만 그런 삶을 통해서도 얻은 교훈이 있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살았던 노송리 마을은 신가(慎家)들의 집성촌입니다. 타성 몇 집을 빼고는 모두가 친척인 셈입니다. 필자가 나고 자란 앞집에는 마을 이장 일을 맡아 보았던 부잣집 아제가 살았습니다. 울타리 하나 사이로 개구멍을 뚫어서 다니니 한 집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아제는 과자 사오는 심부름을 필자에게 자주 시키곤 했습니다. 그 대가로 달콤한 과자를 하나씩 얻어먹었습니다.

그 당시 마을 뒤쪽 신작로 옆에 점방이 셋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윗 점방 주인, 최씨 아저씨는 필자를 귀여워해 주시고 친절하였으며 과자를 한 개라도 더 주어서 집에서는 멀어도 꼭 그 점방에서 과자를 샀습니다. 심부름 갈 때는 동전을 손에 꼭 쥐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갔습니다. 과자봉지를 가지고 오면서 몰래 하나 꺼내 먹고 싶었으나 꾹 참았습니다. 아제가 과자봉지를 벌려 보거나 남에게 보이지 말고 감추어 오라고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과자 심부름 하는 것을 알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어렵고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고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삶이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을철의 휴일이면, 4km가 넘는 산에 올라가서 땔감을 해 와야 했습니다. 소나무 잎은 갈퀴로 긁어 모우고 마른 풀은 낫으로 베어 나무둥지를 만들어 지게에 짊어지고 비탈진 산길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언덕져 위험하고 좁은 비탈길에 지게 발통이 걸리면 산 밑 낭떠러지로 굴러 저수지에 빠져 죽을지도 모르는 길이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져 시퍼런 저수지로 빠지는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마당에 나뭇짐을 내려놓으면 점심때가 훌쩍 넘곤 했습니다. 연로하신 조부모님의 언 방을 따뜻이 녹일 수 있는 보람에서 그 일을 참고 해냈습니다. 낙엽이 짙게 물든 가을밤 비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이면 가까운 산에서 많은 소나무 낙엽과 갈참나무 잎을 긁어모아 땔감을 할 수 있어 그런 날을 고대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제의 과자 심부름 했을 때에서 ‘마시멜로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식물의 뿌리에서 추출한 에센스에 설탕, 시럽 등을 넣어 만든 마시멜로는 달콤한 과자의 대명사였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는 600명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15분 간 마시멜로 과자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 3분의 1은 15분을 참지 못한 채, 마시멜로를 먹어치웠고, 3분의 2는 끝까지 기다림으로써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사실은 그로부터 14년 후에 밝혀졌습니다. 당시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정신력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청소년들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반면 눈앞에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곧잘 싸움에 말려들었던 것입니다. 10여 년 전의 작은 인내와 기다림이 눈부신 성공을 예비하는 강력한 ‘단서’로 작용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찰리’가 나옵니다. 백만장자 ‘조나단’ 운전기사 일을 하는 그는 간식 먹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샌드위치를 사먹습니다. 이를 본 ‘조나단’이 “시간이 되면 간식을 주는데 왜 참지 못하고 샌드위치를 사 먹었느냐?”하고 꾸짖으며 ‘마시멜로 법칙’을 설명해 줍니다. 지금의 유혹을 참으면 그 유혹들은 나중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며 매일 마시멜로 하나씩 주고 몇 개까지 모으는지 본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유혹을 참아내며 정해진 개수를 모으니 ‘찰리’에게 대학등록금을 보태주어 그는 대학공부를 마치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마시멜로 법칙’을 가르치게 됩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삶의 행복과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우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포사다는 ‘마시멜로 실험’의 놀라운 결과를 ‘성공’을 향한 힘찬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전혀 새롭고 특별한 차원에서 조명한 것입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는 수많은 유혹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유혹들을 견디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할 것입니다. 그들은 수많은 유혹들을 고통과 쓰디 쓴 인내로 통과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공은 고통과 시련의 대가가 아니라 즐거움과 행복의 대가’일 것입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성공을 준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각별하고 즐거운 ‘유혹’일 것입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참을성이 부족하고 조금 어려운 일이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의 발달과 휴대전화, TV 등은 빠름을 최고의 가치로 삼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고통의 미덕을 알지 못합니다. 눈앞의 즐거움과 여흥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뒤에 다가오게 될 보상을 볼 수 있는 법을 배우면 그 과정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텐데…,

신중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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