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의 해다.

돼지는 예로부터 풍요와 재복을 상징한다. 그 중에서도 황금 돼지는 길운(吉運)을 몰고 온다고 한다. 그동안 경제난으로 팍팍한 삶을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설렘과 기대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황금 돼지’에 한 가닥 희망을 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아 힘차게 솟아오르는 황금빛 태양이 우리 지역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원한다.

그동안 민선시대를 맞아 침체일로에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쳐 왔지만 지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바닥세다. 영암읍은 명색이 군청 소재지이지만 저녁 8시도 못돼 불 꺼진 창이 대부분이다. 마치 음침한 분위기가 한적한 시골동네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웃 강진읍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군청 소재지인 영암읍이 이럴진대 하물며 다른 면단위는 어떠하랴.

그래서 우리 지역도 무엇보다도 경제가 살아났으면 하는 소망이 크다. 여기저기서 어렵다고 아우성들이기 때문이다. 농사꾼도 자영업자도 월급쟁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IMF 위기이후 경제가 어려운 적이 언제 또 있었을까, 모두가 한 목소리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고 하니 더 큰 일이다. 새해에는 제발 우리 농촌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는 영암군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군 역사상 처음으로 전남도민체전을 유치했고, 월출산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을 계기로 ‘영암방문의 해’를 선언해 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키우는 뜻깊은 해였기 때문이다. 국화축제를 시작으로 군민의 날, 마한축제, 항공레저스포츠제전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즐비했던 지난해를 거울삼아 영암을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특히 영암군으로선 국립공원 월출산이 지정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한자로 직역하면 ‘달뜨는 산’이다.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자원, 그리고 남도의 향토적 정서가 골고루 조화를 이룬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 바다로 흘러가다 평지에 돌출된 잔구 형태의 월출산은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제의 왕인박사와 신라말 도선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하며, 호남의 소금강산이라 불린다. 또한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 서쪽에는 도갑사가 있는데 도갑사의 해탈문, 무위사의 극락전, 마애여래좌상 등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다. 월출산의 입구인 도갑사를 지나 5㎞ 정도 오르면 항상 물이 고여 있어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기이한 9개 단지모양의 구정봉(九井峰)에 이르고 그 아래로 500m쯤 내려가면 국보 144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큰바위얼굴의 구정봉은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월출산의 구름다리도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안개,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사시사철 다양하고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월출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덧붙여, 군민들의 의식도 깨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아무데나 주차해놓고 일을 보는 얌체족이 있는가 하면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일단 멈춤을 무시하고 먼저 차머리를 들이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아직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생활쓰레기도 음식물과 분리하게 돼 있음에도 아직도 분별없이 처리하고, 우리 생활주변 곳곳에 널 부러진 쓰레기는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최소한의 기초질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절과 청결이 우선돼야 할 음식점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정도다. 맛은 별로인데 음식 값은 비싸고 불친절까지 하다는 볼멘소리도 여전히 들린다. 기초질서 생활화 등 작은 것부터 실천을 다짐하는 캠페인을 범 군민적으로 펼쳐 주민의식의 변화를 꾀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그래서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주민들의 선진화된 의식과 단합된 힘이야말로 지금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영암신문은 올해로 창간 18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적지 않은 세월 늘 그랬던 것처럼,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으로 지역민의 여론을 충실히 대변하면서, 문화창달과 지역발전의 기수가 될 것이다. 다양한 비전 제시를 통해 영암이 보다 행복한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한다. 새해 아침, 영암신문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하고 경사스러운 기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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