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철 미암면 출생 행정학 박사 전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세한대학교 석좌교수

참으로 어렵고 부담스런 일이라고 고백한다. 40여 년 전 초임 공직자 시절 필자의 과장이었던 S대 법대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하여 중앙청에서 근무하던 세상말로 참으로 잘 나가던 그 분의 고백이 귓가에 쟁쟁하고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부하는 일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고 글을 쓰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필자는 피를 토하거나 뼈를 깎는 일을 당해 보지 않았기에 그 심정과 고통을 실증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힘들고 부담스런 일일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처럼 힘들고 부담스런 글 쓰는 일을 지난 11회에 걸쳐 느꼈던 것 같다. 정말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영암신문 ‘낭주골’ 필진 요청을 받았을 때 한사코 거절했지만 이런 저런 사유를 들어 설득하는 경영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벌써 11회를 마치고 마지막 달이 되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음을 실토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기도 아니고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내는 편지도 아니다.

‘낭주골’ 기고문은 수만 명의 독자들이 읽을 뿐만 아니라 이 신문이 앞으로 수십, 수백 년 계속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압박을 가해 오는 것이었다. 즉 필자의 직과 이름을 걸어야 하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누구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필자가 이미 너무 늙어 있었다.

시의 적절한 글의 주제를 찾고 그 주제에 걸 맞는 자료를 모으고 구상을 정리하며 초안을 잡아 연습장에 써보기를 수차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 그나마 방아깨비 타법으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입력할 수 있어 그나마 감사했을 뿐이다. 그러나 서투른 조작 능력은 일순간 지워져 버리거나 저장하는 기회를 놓쳐 백지상태가 되었을 때는 그 속상함이란 이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을 맡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이제 마지막 달이다. 지난 1년을 회고해 보니 웃음이 나온다.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제출된 글이 활자화되어 신문으로 돌아 왔을 때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대견스럽고 뿌듯함을 감출수가 없었음 또한 고백한다.

특히 감사드리는 것은 매회 글을 읽고 그 느낌을 주시는 독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음에 와 닿는다는 얘기에서부터 큰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내용을 알았다는 등 다양한 독자들의 견해에 용기와 함께 보람을 느꼈던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많은 독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물론 견해가 다를 수 있고 필자의 생각과 차이가 날수도 있겠지만 독자 분들의 관심 표명은 글을 쓸 때의 어려움을 모두 잊게 해주는 청량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는 보다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가능한 한 공통의 주제를 다루는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12월, 금년 마지막 달을 맞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영암신문 ‘낭주골’ 필진의 과업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어깨가 가벼움을 실감한다. 기회를 주신 영암신문 경영진에게 찡그리며(?) 감사드리고 12차례의 기고문이 독자 분들께 좋은 의미로 남아있기를 기원한다.
마무리하며 한 가지 제안 드린다. 글을 쓰는 일이 어렵고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하게 권하고자 하는 것은 일기라도 아니 수첩에 메모라도 끊임없이 글을 만들며 살아가라고 추천 드린다.

이 글과 메모가 당사자의 두뇌활동을 증진시키는가 하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특히 끊임없는 글쓰기 연습은 치매예방에 특효라 하지 않는가. 기억을 할 수 없어 건망증을 탓할 것이 아니라 메모하는 습관으로 건망증을 보완해주며 글 쓰는 체험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유지시켜 주는 일, 이것이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과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결국 인간은 죽으면서까지 유서라는 글을 쓰고 세상을 떠나지 않는가... 글을 쓰는 일 어렵고 부담스럽다. 그래서 써 보라고, 써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권한다.

그 동안 함께해 주신 독자 분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연말과 새해를 맞아 건승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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