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고향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고, 주위의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숨어서 봉사하는 덕진출신 장순기(80) 어르신의 고귀한 삶이 주위를 숙연케 한다.

덕진면 영등리에서 태어난 그는 혈기왕성했던 20대 시절, 갑자기 불구자의 신세로 전락하여 한때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 이유는 34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 일주일을 앞두고 손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불어 닥친 큰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19세의 나이로 어린나이 탓에 부모 승낙 없이는 군대에 갈 수 없었던 그는 아버지 몰래 도장을 훔쳐 동네친구 3명과 함께 군에 자원 입대했다.

25사단에 배치 받은 그는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수행하던 중 군수물자를 수령하다 동료의 차가 고장 나자 세워둔 차 밑으로 들어갔다. 땅바닥에 누운 자세로 군용차의 하체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의 배를 밀고 지나가 버렸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차바퀴가 빠진 줄도 모르고 당한 순식간의 사고였다.

결국 쌀을 실은 육중한 군용차량은 그의 허리를 두 동강이 내버렸고, 이때 당한 척추부상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아버렸다.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끝없는 절망감에 술을 마시며 한때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남을 위해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보자”고 스스로 위안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주변 상이용사들의 자활을 도우며 마침내 기업을 일궈냈다.

사업에 성공한 그는 자신의 불편한 몸에도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와 무료관광 봉사를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 11월 청계·망동마을 어르신 35명을 모시고 여수시 일원을 함께 관광하고 마을에 1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고향을 위해 쌓아온 그의 공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을 위해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보자”는 그의 굳은 의지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값진 보석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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