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폭염 등 자연재해 때 피해를 본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재해보험 사기를 저지른 오리 농장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나주경찰서는 최근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8차례에 걸쳐 가축재해 보험금 23억원을 허위로 받아 챙긴 혐의로 오리 농장주 임모(50)씨 등 3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이나 입건된 사람 중에는 오리 농장주 말고도 축사를 부수고 시공해준 건축업자, 폐사 가축 수 조작에 함께 가담한 오리계열 회사 임직원 등도 포함됐다.

이들의 수법은 다양하고도 교묘했다. 구속된 오리 농장주들은 폭설이 내릴 때 일부러 햇빛 가림막을 치우지 않고 눈이 수북이 쌓이게 해 축사를 무너뜨렸는가 하면 눈이 적게 내려 축사가 무너지지 않으면 기둥에 밧줄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트랙터를 이용해 일부러 부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구속된 시공업자는 일감을 얻기 위해 아예 축사를 부숴주고, 자신이 무너뜨린 축사를 다시 신축하거나 보수해 공사비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여름철 폭염 기간에도 이들의 보험 사기행각은 계속됐다고 한다. 농장주들은 사전에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새끼오리와 사료를 받아 키워주고 다 자란 오리를 납품해 사육 수수료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무더위에 폐사한 오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회사 임직원과 공모해 실제 납품 수량보다 적게 오리를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들은 이 서류를 근거로 부풀린 폐사오리 숫자만큼 보험금을 타내면서도 회사에선 실제 납품한 오리 마릿수 만큼 수수료를 정상적으로 받아 이중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현장을 확인하러 온 손해 사정인에게는 오리 사체는 악취 때문에 전부 묻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주로 나주와 영암에서 적발된 이들이 폐사했다고 부풀린 오리만도 5만여 마리에, 타낸 보험금이 무려 1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정사회를 무너뜨린 이들의 사기행각은 선량한 농축산인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과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는 요원하단 말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을 속이고 사회정의를 해치는 이들에게 일벌백계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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