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서 낳고 영보에서 자람 전 KBS광주총국 아나운서 부장 전 호남대학교 초빙교수 국제로타리3710지구 사무총장

만백성 모두가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누구나 자신의 뜻을 쉽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뜻이다. 한글은 외우기 쉽고, 우리말을 들리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의사소통이 쉽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오늘 날 우리가 컴퓨터나 핸드폰을 수월하고 용이하게 쓸 수 있는 것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크게 느껴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공기와 빛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듯 한글이나 한국어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마냥 안타깝다.

사람들이 식품에 불량품이 섞였다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건이 나타나면 야단법석이다. 유행병이 퍼지면 모두가 긴장하고 근심한다. 그러나 잘못 쓰거나 틀린 우리 말(글)에 대해서는 무관심 또는 무감각하고 있다. 무엇이 왜 틀린지를 모르기에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모르고 지내는 것만 안타까운 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쓰는 것은 더 안타까운 일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가 일상에서 잘못 쓰고 있는 대중가요 가사 몇 가지를 예로 들며 바른 우리 말, 우리 글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국민(초등)학교에 다닐 때 부른 학교 종의 가사는 ‘학교종이 땡땡 친다’였다. 다행히 지금은 ‘학교종이 땡 땡 땡’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틀린 줄도 모르고 불렀다. 고향의 봄, 유명한 노래이다. 이 노래의 첫 대목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어법(문법)상 맞는 말은 ‘내가 살던 고향...’이라고 해야 한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 꽃에 곡을 붙여 마야라는 여자 가수가 불렀다. 용모도 뛰어나고 곡도 좋아 널리 애창되었다. 나는 마야가 출연할 때마다 또 우리말 불량품이 나온 것 같아 채널을 돌리고 만다. 이 노래에는 ‘사쁜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가 나오는데 가수는 한사코 또 언제나 ‘즈려 발꼬’라고 외친다. 그러나 바른 말은 ‘즈려 밥:꼬’이다. 겹받침 ‘ㄼ은 ‘ㄹ’로 발음하나 ‘밟’은 예외여서 자음 앞에서는 [밥]으로 발음해야 한다. ‘넓다’는 [널따]이고 ‘밟다’는 [밥:따]가 옳다.(표준 발음법 제10항)

인기가수 태진아 씨의 히트송 사모곡은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만든 절절한 노래이다. 그러나 ‘땀에 찌든 삼베적삼 기워 입고 살으시다’에서 ‘살으시다’는 ‘사시다’로 해야 한다. 시에서 시적 허용이 있듯이 가사에서도 이 이론을 내세운다면 가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손인호 씨의 ‘울어라 기타줄’에서 ‘낯설은 타향 땅에’ 는 ‘낯선 타향 땅에’로 해야 한다. 김수철 씨의 젊은 그대(작사자 안양자)의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에서 ‘거치른’은  [거친]으로 해야 옳다. 나훈아 씨의 녹슬은 기찻길은 녹슨 기찻길이 맞다. 같은 경우로 남 진 씨의 가을의 연인(문용주 작사) 2절의 ‘날으는 기러기도’에서 ‘날으는’은 [나:는]이 맞다. 오래 전 어린이 만화 프로그램에 날으는 원더우먼이 있었는데 역시 ‘나는 원더우먼’이 옳다.

‘사랑과 평화’의 유명한 노래 한동안 뜸했었지에서 ‘안절부절 했었지’는 ‘안절부절 못했었지’로 해야 한다.

굳세어라 금순아도 옛 가요에서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는 ‘초승달’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조용필 씨의 촛불가운데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가 있는데 ‘키셨나요’는 ‘켜셨나요’가 맞다. 처녀 뱃사공에서 ‘군인 간 오라버니’는 ‘군대 간 오라버니’가 옳겠고 육군 김일병에서 ‘신병 훈련 6개월에 작대기 두 개’의 6개월은 ‘6주일에’아니면 ‘6주간에’가 옳지 않을까.
노사연 씨의 노래 만남에도 큰 오류가 하나 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에서 ‘바램’은 틀린 말이다. ‘바람’으로 해야 맞다. ‘바램’은 볕이나 습기를 받아 빛이 변했거나 오래되어 변색할 때 쓴다. 가는 사람을 중도까지 배웅하는 것도 바램(바라다)이라고 하는데 노래에서는 크게 오도하는 표현이다.

아무튼 지금껏 예로 든 것 외에도 잘 못된 표현이 허다하다. 따라서 대중가요가 우리말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바루고 다듬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끝으로 생각나는 것 하나만 덧붙이고자 한다. 간혹 붓글씨를 청하는 사람에게 예쁜 모습은 눈에 남고, 멋진 말은 귀에 남지만 따뜻한 베풂은 가슴에 남는다고 써주면 ‘베풂’을 보고 의아해 한다. ‘살다’는 ‘삶’이고 ‘알다’는 ‘앎’이며 ‘만들다’는 ‘만듦’이 맞듯, ‘베풀다’도 ‘베품’은 틀리고, ‘베풂’이 옳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 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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