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서

“광복이 되어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과 일제에 동조했던 부유층은 거리를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한·일 관계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문제해결을 외치며 분신한 고 최현열 선생의 3주기 추모제가 지난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광주전남추모연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가족과 최윤호 영암항일독립운동유족회장, 김한남 영암문화원장, 우승희 도의원 등 영암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추모사, 추도시, 추모곡 공연이 이어졌다.

최현열 열사

덕진면 영보리 출신으로 이리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8월 12일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 집회 현장에서 가족에게 남기는 자필 유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 시 ‘나라사랑’을 남기고 분신했다. 향년 81세. 생전에 ‘날지 못하는 새’와 ‘대낮에도 촛불은 필요하다’ 등 3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부친은 1932년 6월 ‘영보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치안유지법 위반 등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았던 고 최병수씨다.

고인은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부친의 뜻을 이어 평소 한·일 역사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2014년 10월부터 직접 서울을 찾아가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석,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 올바른 역사 정립 등을 촉구했다.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법적 투쟁을 알고 시민모임의 후원회원으로도 활동했고, 근로정신대 관련 재판이 열릴 땐 법정을 찾아 피해 할머니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가 남긴 유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은 일제 피해자 문제해결을 바라는 호소문으로, 고인은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말로만 애국, 애국 떠벌여도 소용없고 바른 역사 찾으려면 싸울 줄도 알고 죽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일본 아베장권에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역사청산 의지가 없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거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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