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중 재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전 광주 서광초등학교 교장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자기 삶에서 기쁨과 만족을 숫자로 측정해보는 것을 행복지수라고 한다. 행복을 숫자로 나타내기는 객관성이 없기 때문에 무리가 따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행복에 관한 사항을 설문하는 나라나 기관, 단체마다 오차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행복지수에 관심이 많다. 

유엔 행복보고서(2016∼2017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56위/155개국(5.8점/10점)이었으며, 경북 참외재배 농가의 행복지수가 7.7점/10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참외재배는 복합농업이 아니고 단일품목으로 판로와 노동력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란다. 

한편, OECD 가입국 중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핀란드 순이다. 이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국민소득이 높고 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으며 여가시간을 조화롭게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전, 인터넷 서점에서 ‘사방이 온통 행복인데’(이충무 저서)란 제목의 책을 구입해 읽고 감동받은 몇 부분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스물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 소록도를 찾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야기이다. 이 분들이 행한 아름다운 선행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편지 한 통만 남기고 훌쩍 소록도를 떠난다. 

“우리는 친구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되고, 있는 곳에 부담을 줄 때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찮은 집안 청소, 휴지 한 조각 줍는 일을 하고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칭찬받기를 원한다. 베풀기는 손톱만큼 했으면서 생색은 손바닥만큼 내려하고, 누군가를 도와주면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들으려 한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당연한 임무를 해놓고 성모님이 아닌 누군가에게 칭찬받기를 원할 때가 있다. 그러나 수녀님들 같은 선행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내 자신이 부끄럽다. 내 나라도 아닌 이국(異國)에서 젊음을 아낌없이 불살랐으면서도 그 대가는커녕, 작은 부담하나라도 주려하지 않는 수녀님들의 마음에 진정한 참 행복의 길이 있지 않을까? 

다음 이야기는 결혼을 코앞에 둔 예비신부가 식이 취소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미리 지불한 3천400만원, 거금의 연회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그런데 그녀는 노숙자 170명을 선정해 정식 초청장을 보내고 그들이 연회장에 입고 올 양복과 드레스, 교통편까지 마련한다.

끔찍할 뻔 했던 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바꾼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믿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슬플 때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그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을 멋진 파티처럼 즐기며 살아가는 비법이 아닐까 한다.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 한 토막이 생각난다. 한 임금님이 중병이 들어 백방으로 치료했으나 효과가 없고 점점 쇠약해져서 죽음에 이르게 되니 전국에 방을 붙인다. 임금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하니 한 도사가 “나라 안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구해서 달여 먹으면 쾌차하실 것입니다.”라고 한다.

그 이튿날부터 신하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자기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돈 많은 사람, 권세가, 똑똑하고 잘난 사람, 절세미인, 재주가 많은 사람…, 그러나 신하들은 그런 사람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실망하고 장안으로 들어오던 중, 처마에 고드름이 주렁주렁한 조그마한 초가집 하나를 발견한다. 혹한(酷寒)으로 냉기서린 방안에서 호롱불에 겨우 의지하며 반찬 몇 가지와 꽁보리밥을 먹고 있는 노부부를 만난다.  

“혹시, 노인장은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신가요?” 

“그럼요, 나처럼 행복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끼니를 굶지 않고, 보잘 것 없지만 눈비를 막을 수 있는 집도 있고 부부가 건강하니…,”

신하들은 임금님 살릴 편작을 만난 듯이 반기며, “임금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인네의 속옷을 주실 수 있을까요?” “허허, 우린 그런 속옷일랑 걸치고 살지 않습니다.”

필자는 영암군 한국전쟁희생자 유족들에게(회원 200명)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고, 국회에 계류된 과거사특별법이 통과되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업무를 처리해드리고 있다. 피해 사실을 증언할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영원히 진실이 묻힐 것이기에 마음이 급하다.

휴일 날, 아침 일찍 찾아가 컴퓨터로 워드 작업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어느 새 해는 서산으로 넘어 간다. 일을 마무리하고 아내와 함께 월출산 기슭에 자리한 전통 음식점에서 얼큰한 코다리찜에 저녁을 먹으면서 억울한 피해자들의 영령과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보잘 것 없는 나의 조그마한 노력이 슬픔을 안고 있는 유족들에게 희망을 안겨드리고 억울한 눈물을 닦아드릴 수만 있다면 35도를 넘나드는 삼복 무더위라도 기꺼이 그 일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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