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출신 작사가 김지평의 데뷔곡…덕진강변 모래밭이 배경br시 같은 노랫말, 가수 방주연 대표곡으로 최고의 인기 누려

올 연말이면 영암에 ‘한국 트로트가요센터’가 들어선다. 영암읍 회문리 기찬랜드 내 5천475㎡의 부지에 들어설 국내 유일의 한국 트로트가요센터는 전시관에 국내 대중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트로트 음악의 역사와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와 사료 등이 전시된다. 트로트 음악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지역의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영암의 노랫말’을 찾아 숨겨진 뒷이야기와 사연 등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주>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마는
아아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당신의 마음-김지평 작사
/김학송 작곡/방주연 노래>


덕진강변의 모래밭이 배경
때때로 대중가요 가사가 시(詩)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 특히 선율과 함께 들려오는 아름다운 가사는 그 어떤 명시보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1972년 방주연이 불러 크게 히트한 ‘당신의 마음’ 노랫말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노랫말이 덕진강변 모래밭이 그 배경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73년 TBC방송가요대상 작사부문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주최 제1회 한국가요대상 작사 부문 대상을 수상한 ‘당신의 마음’은 이 고장출신 작사가 김지평(76·본명 김종호)씨에 의해 만들어진 노랫말로, 지금도 50~60대 중장년층의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산증인이자 걸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요평론가 겸 작사가 김지평. 그는 덕진면 금강리 금산마을에서 태어나 덕진초등학교와 영암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영암 토박이다. 청소년 시절을 영암에서 보낸 그에겐 덕진강변 하얀 모래사장에 대한 강렬한 추억이 있었다. 민물을 밀고 올라온 바닷물이 빠지면 공책의 여백처럼 하얗게 드러났던 덕진다리의 모래밭은 어린 시절 그의 놀이터였다. 그가 살던 마을 앞 덕진강변은 단오날이면 모래밭에서 씨름판이 벌어졌고,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모래찜질을 할 정도로 모래사장이 드넓었다. 그러나 1980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게 되고 강변의 모래사장도 없어져 지금은 작은 영암천으로 변했다. 바로 ‘당신의 마음’은 어린시절 김지평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덕진강변의 모래밭이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시청자 인기투표 1위 올라
방주연의 대표곡 ‘당신의 마음’은 작사가 김지평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당시 이수미, 정훈희와 치열한 인기 경쟁을 벌였던 방주연은 활달한 성격에 시원한 창법으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가수였다. 1972년에 함께 오아시스레코드 전속가수로 있던 방주연과 이수미는 소속사 안에서도 또 다른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수미가 ‘여고시절’을 발표하며 앞서나가자, 이에 질세라 방주연은 ‘당신의 마음’을 취입하며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는 ‘당신의 마음’은 1972년 7월 17일 오아시스 LP 방주연 독집에 실려 나와 널리 알려졌다. 1973년 제9회 TBC 가요대상을 앞두고 1년간의 노래들에 대한 시청자 인기투표가 벌어졌다. 그 결과 ‘당신의 마음’이 1등으로 선정돼 작사가 김지평이 작사대상을 받았고 작곡대상은 ‘이별’의 길옥윤, 남자가수 대상은 남진, 여자가수 대상은 하춘화가 받았다. 이 노래는 곧이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주최 제1회 한국가요대상 작사부문 대상까지 받았다. 이 노래의 배경은 국립공원 월출산의 동쪽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덕진강변 모래밭이다. 덕진다리 밑을 지나 해창을 거쳐 목포에 이르는 덕진강변은 모래밭을 끼고 돛단배가 사람과 소금, 고기를 실어 나르는 뱃길이었다. 하얀 모래위에 그려보는 얼굴, 눈도 코도 그렸고 턱 밑의 점 하나까지 그렸지만 단 한 가지 당신의 마음만은 못 그렸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당신’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과 기다림을 깔아 놓은 것이다.

양주동 박사, 빼어난 시 극찬
당시 가요대상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양주동 박사는 “과연 빼어나다”며 극찬을 했다. 또 문학평론가 이관희씨는 ‘이것이 시다’라는 글을 통해 “평생 문학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한편의 시로, 시문학교실에서 말해야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시문학전집의 시가 아니라 대중가요 ‘당신의 마음’을 가지고 나가겠다”는 요지의 논평을 했다.
김지평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겉모습은 그렸으되 마음은 그릴 수 없다”는 대조법 묘사는 성아우구스디노의 명상록을 읽다가 착상했다고 한다. 만물은 형상 따라 그릴 수 있으되 무한한 하느님의 섭리는 나타낼 수 없다는 신에 대한 연민을, 님의 모습은 그릴 수 있으되 그 마음은 그릴 수가 없다는 인간적 연민으로 줄여 붙인 것이다. 김지평은 “가사를 쓰면서 떠올려진 바닷가는 당연히 고향 덕진강변의 바닷가였고, 줄여 붙여진 연인 관계는 자연히 어린 시절 여친으로 채색되었다. 저마다 그렇듯이 실제로 못다한 사연이 있었으니까”라고 고백한다.<계속>                                                                                         
문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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