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미암면 출생 행정학 박사 전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세한대학교 석좌교수

신년 초에 지인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이다. 마크 맨슨이라는 미국 저자의 책을 한재호 번역, 웅진씽크빅 발행으로 시중에 나온 책이다. 모든 공·사직에서 은퇴한 필자를 향하여 이제는 조용히 쉬면서 매사 신경을 끄고 함께 산이나 오르내리자고 늘 제안해 오셨던 분의 정성이 담긴 책이었다.

책의 핵심 주제는 신경 쓸 일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제 은퇴했음에도 이것저것 챙기며 더 분주히 움직이는 것 같은 필자의 모습을 보고 위로삼아 권한 책이라고 믿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경 끄기란, 아무것도 하지 말라거나 또는 무슨 일에든지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주장을 일단 내려놓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다르다고 인정하고 동의하는데 무슨 참견을 할 것이며 왈가왈부하겠는가...만약 그 ‘다름’에 서로의 의견을 내어 놓고 조정할 수만 있다면 바람직한 것이요,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책임 또한 본인의 것임도 인정하라는 것이다.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넌 틀렸어. 그런데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우린 모두 죽는다며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끝낸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다름’과 ‘틀림’에 대한 충돌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 생각과 다르고 견해에 차이가 있다하여 무조건 틀린 것으로 매도해 버리는 분위기이다. 심지어 불가능한 영역까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즉, 남자와 여자는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서울과 영암은 다른 지역이지 틀리다고 하지는 않지 않은가.

다른 것과 틀 린 것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갈등을 관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생각으로 몇 자 적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것에 대한 주장도 그리고 그에 대한 통제도 크게 변하는 것 같다. 근대화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묻어두고 특정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랐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대의적인 목적 달성이라는 주장에 개인 주장과 소수의견은 묻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참고 견디라는 분위기였다. 집안에서 아녀자의 의견, 직장에서 하위직의 하소연, 사회에서의 소수의견 등등...

그러나 요즈음 다른 것은 분명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틀렸다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중심으로 서로 조정하여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협상의 전략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win-win 즉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겠다.

촛불시위와 태극기 집회를 보면서 느낀 바가 많다. 각 집회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각자의 주장을 듣노라면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듯하다. 너무 다른 주장과 의견에 필자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집회는 그야말로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자기방식의 표현이었을 텐데 왜 서로를 틀렸다고 비판을 앞세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의 주장과 상대 비판에 앞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정해 보려는 노력과 방법을 찾으려는데 지혜를 모아본다면 어떨까... 이렇게 해도 중재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주되 소수를 배려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지 않겠는가.

여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독자가 당사자라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특히 최근의 시국과 관련하여 젊은 자녀들과 큰 차이의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어떻게 이 갈등을 관리하고 있는가? 가정 화목이 걸려있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자존심과도 관계되어 있으니...

갈등에 대한 최적의 관리는 win-win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보기를 바란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속해 있는 공동체 내의 평화를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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