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에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사고는 인구 고령화, 일손 부족 등 농촌사회에 드리운 그늘을 여실히 드러낸 참사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주변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중개되는 ‘할머니 일꾼’들은 몇 만원 일당벌이를 위해 위험과 고단함을 감수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할머니들도 평소 버스 운전사의 알선으로 밭일을 하러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가 운전사에게 연락하면 운전사는 '반장' 역할을 하는 할머니를 통해 인력을 모집하는 구조다. 알선을 받은 할머니들은 보통 밭주인에게 일당 7만5천원을 받으면 운전사에게 중개 수수료, 차비 등의 명목으로 1만 5천원을 떼어주고 자신은 6만원을 챙긴다. 전통적 품앗이에 무허가 중개·알선이 더해진 농촌사회의 흔한 인력수급 형태인 셈이다.
고령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쏠쏠한 돈벌이가 되기도 하지만 비공식적 중개에는 사고 시 책임을 떠안을 주체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하루 열두 시간 넘는 노동에도 상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이번 사고 운전사가 별도 보험료를 내고 유상운송 위험을 담보하는 특별계약을 해 사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다행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공식적인 경로로 일용 근로를 하려면 농협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인력중개소를 이용해야 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촌인력 중개센터를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 농작업상해보험 가입, 교통비, 숙박비 등이 지원된다.

그러나 무, 마늘, 양파 재배현장에 일손을 보태는 할머니들은 대개 무등록 중개인을 통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상해, 일당 미지급 등 피해는 고스란히 노인들이 떠안아야 한다.

젊은 남성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인식되는 농촌 현장에서 할머니들의 존재감은 더해가지만, 근로 체계는 여전히 주먹구구인 셈이다. 지금부터서라도 노인들의 농작업 근로와 관련해 운송안전부터 노동환경까지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