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도 못건져…20% 감나무에 매달려
금정농협, 가격지지 위해 산지폐기 나서

올해 대봉감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최근 대봉감의 도매시장 출하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주산지인 금정면 재배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에 따라 금정농협은 지난 4일부터 시장출하를 중단하고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133톤의 대봉감을 산지 폐기에 나섰다. 이 같은 물량은 당초 농가들로부터 신청 받은 520톤의 물량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폐기물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 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금정농협은 야적장에 보관중인 대봉감도 상당량을 폐기해 시장출하 조절에 나섰다. 

산지폐기는 상품성이 좋은 제품을 대상으로 산지서 폐기해 시장진입 물량을 줄여 가격을 올려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수확기를 넘어선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농가의 산지폐기 신청물량은 쏟아지지만 신청물량의 4분의 1만 받아들여진 실정이기 때문이다. 금정면에서 전체 대봉감 재배 면적의 20%가량이 수확을 포기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가락도매시장 기준으로 대봉감 한 박스(10kg)당 9천818원에 거래됐며, 이는 전년대비 29%, 평년대비 17% 가량 가격이 떨어진 시세다.

이에따라 농협전남지역본부도 지난 달 24일 금정농협 관계자, 공판장, 지역본부 관계자 등을 긴급 소집해 대봉감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수급안정 대책으로 우선 산지에 있는 물량 중 2천300여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이 가운데 1천400톤은 감말랭이로 상품화 할 계획이다. 그리고 810톤은 농가로부터 4천500원(15㎏)에 수매해 산지 폐기키로 했다.

금정에서 13년째 감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가는 “올해가 최악인 것 같다”며 “15㎏ 한 박스에 40개 정도 들어가는 최상급의 감조차 따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년 전만해도 15㎏ 한 박스에 3만원대까지 유지했던 대봉감이 올해는 1만원 초반대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건비와 선별과정, 포장, 발송료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 한다. 여기에 비료와 농약 등 농자재 비용은 고스란히 적자로 남게 되고 인건비는 남자 12만원, 여자 8만원에서 8만5천원에 달하고 있다.

결국, 인건비라도 아껴 적자폭을 줄여보자는 계산에서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11월에 감 수확을 마무리하고 나뭇가지 끝에 까치밥 한 두개 남겨놓는 게 금정면의 초겨울 풍경이었지만 요즘에도 산비탈 과수원 곳곳에는 여전히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대봉감 주산지인 금정면은 500여 농가에서 620㏊를 재배해 연간 8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